"유통을 모르는 관리인 선임 반대" 지난 98년 9월11일.미도파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첫 출근한 강금중 대표이사(61)의 눈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들어왔다. 서울은행 상무 출신인 강 관리인에게는 비상국면에 처한 미도파를 맡길 수 없다며 노조원들이 항의농성을 벌인 것이다. 게다가 부도 이후 물건값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입점업주들까지 그의 출근길을 가로 막고 나섰다. 강 관리인은 당시를 회고하며 "노조원들의 출근 반대 목소리가 마치 회사와 직장을 살리고 싶다는 소리처럼 들렸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애정이 있으니까 그런 농성도 벌이는게 아니겠느냐"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반겨하지 않는 자의 출근'은 그러나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나 반겨하는 자의 출근'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비결이 간단했다. 바로 '원칙의,원칙에 의한,원칙을 위한 경영'이다. 쉽게 말해 약속을 지킨다는 뜻의 '원칙경영'은 미도파에 회생 기운을 불어넣은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다. 강 관리인이 '원칙경영'을 위해 제일 먼저 실시한 것은 납품비리를 근절키 위한 감사실 제도.부서별로 하던 물품구입 업무를 감사실로 일원화하고 2백만원 이상의 구매품은 모두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꿨다. 물론 진행과정은 1백% 투명하게 공개했다. 법정관리 기업이 대부분 그렇듯 그 역시 고통스런 수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법정관리전 1천1백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5백명선으로 줄였다. 전체 인원의 60%가 넘는 대단위 구조조정이었지만 사전에 감축 대상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공감을 얻어냈다. 이런 조치로 인해 부도전 7백91억원에 달하던 판매·관리비가 1년만에 5백41억원으로 줄면서 2백5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부도전 22억원 남짓하던 영업이익은 2년만인 지난해 20배에 달하는 4백여억원으로 늘어났다. 예상보다 빨리 영업의 정상화를 이룬 강 관리인은 그러나 직원들에게 마냥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다. 그는 직원들을 더욱 세차게 단련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고 한다.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와의 인수합병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고 피인수기업 직원들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인수기업 직원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간단한 서류라도 부족함이 있으면 꾸중을 각오해야 하는 강 관리인 사무실.그래서 직원들은 결재시간이 꺼려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적사항이 줄어드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신들의 실력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선물은 합병뒤에도 '미도파'란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그는 "머지않아 '미도파'란 이름이 미국 '시어즈'백화점과 같이 유명 백화점으로 인식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9년 서울은행 입사 이래 30년간 은행에만 몸 담았던 그는 지난해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주는 우수경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정대인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