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곳저곳에서 '실업난'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우리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손에 기름을 묻히는 일이라면 진저리부터 치니 정말 큰일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기계가공 업체를 경영중인 한 중소기업인은 "최근 일할 근로자를 찾지 못해 정상적인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서고 대기업 입사 경쟁률이 수십대 1까지 치솟는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 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은 거꾸로 심화되고 있다. 고실업난속에 고인력난이라는 모순된 현상이 산업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들은 이같은 현실에 대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먹을 물이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대기업에 쏠려 있는 구직자들의 관심을 중소기업으로 이끌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 중에서도 목재 피혁 화학 도금업의 구인난은 더욱 심각하다.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대표는 "얼마전 가까스로 대졸자 한 명을 구했지만 며칠도 안돼 '큰 물'에서 노는게 나을 것 같다며 사표를 냈다"며 혀를 찼다. 안산공단내 한 피혁업체 대표는 "생산환경을 아무리 개선해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이 때문에 신규 채용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근로자를 붙잡아 두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엔지니어나 사무관리직 인력들이 여전히 중소기업을 찾지 않는 상황에 대해 경영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소형 운반기기 제조업체인 수성의 김정배 사장은 "최근들어 대기업과 맞먹는 근무환경과 급여 수준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전통 제조업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없애려면 기업들이 앞장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영성과에 맞는 공정한 보상체계를 구직자들에게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