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의 군수뇌부가 극한의 조건에서도 전설과 같이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아프간 전사들과 다가오는 겨울철 아프간의 혹독한 기후조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이 지상전을 개시할 경우 지금까지 미군이 치렀던 겨울철전투 가운데 최악의 전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아프간 지상전을 `눈밭에서 치르는 제2의 베트남전'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아프간의 수도 카불은 1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함께 최소 28㎝ 두께의 눈으로 뒤덮힌다. 아프간 문제 전문가인 알렉스 알렉시에프는 "아프간 전사들은 겨울철에 무척 강인하며 일부는 맨발로 다니기까지 한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아프간 공격은 전적으로 공습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조건은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습을 통해 탈레반 병력을 무력화시키는데 실패한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며 그렇게 될 경우 기후조건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등장하게 된다. 영국의 마이클 보이스 합참의장은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를 거부할 경우 아프간 전쟁이 "이번 겨울을 지나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야만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군의 최정예 경보병부대로 산악전 전문으로 훈련을 받은 제10 산악사단 `포트드럼'은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지대에 배치됐으며 소규모 특수부대는 아프간내부 정찰임무를 수행해오고 있는 상태다. 알렉시에프는 미군이 산악전 전문사단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거 구(舊)소련군이 아프간에서 당했던 참담한 패배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연구를 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79년 12월 소련군은 겨울철 기후가 상대적으로 온화한 우즈베키스탄을 통해 아프간으로 진격했으나 군복 등 장비면에서 겨울철 혹독한 날씨에 대비가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군을 괴롭힌 것은 험준한 지형으로 이름난 아프간 북동부 일대의 힌두쿠시 지역이었으며, 수도 카불도 바로 힌두쿠시에 속해 있다. 힌두쿠시의 도로는 겨울철에 진흙탕으로 돌변, 전투병력의 발을 묶어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다. 힌두쿠시 북부지역에 포진, 탈레반과 대항해 싸우는 북부동맹이 탈레반의 공세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진흙탕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주축으로 한 동맹군이 육로를 통해 카불로 진격하는데 겨울철 날씨는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85-86년 겨울 소련군으로 아프간 전투에 참가했던 레오니드 그리추크씨는 자신이 극한의 기온에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으나 살을 파고 드는 힌두쿠시의추위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아프간 전사들의 경우 도로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다습한 기후 및 지형조건은 물론 혹독한 추위에도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흙벌에 발이 묶인 소련군은 무자헤딘에게는 공격하기 딱 좋은 표적이 됐으며 겨울 전투에서 최소 1만5천명의 소련군이 목숨을 잃었다고 그리추크씨는밝혔다. 이러한 사례 때문에 일각에서는 겨울철 전투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1992-95년 아프간 내전 당시 겨울철 몇달간은 암묵적인 `신사협정'으로 내전당사자들이 전투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탈레반은 겨울철 전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의 의표를 찌르며 96년 12월 카불을 기습공격, 불과 몇시간만에 동토의 카불 북부를 유린하며 이 일대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구소련군 장성들은 미국주도의 동맹군이 아프간의 기후조건과 탈레반의 강인한저항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간의 겨울이 침공군측의 입장에서 유리한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제공권을장악한 침공군의 입장에서는 수정처럼 투명한 가시거리가 확보돼 헬리콥터를 이용,특수부대를 산악로에 손쉽게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호크 헬기가 정상적인 조건에서 14명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으나 지구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고원까지 비행하는데는 적재능력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탈레반의 대공화기에 헬기가 격추당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도문제다. 따라서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눈밭에서의 베트남전'으로 비화할 공산이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