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테러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테러 직격탄을 맞은 미국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테러 이전 수준에 바짝 다가섰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증시는 오히려 테러 전보다 주가가 올랐다. 한국을 비롯 일본 홍콩도 테러 이전보다 상승했거나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완연한 회복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 대만 등 미국 의존도가 큰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는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상승세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테러사태라는 큰 충격에서 벗어났을 뿐 경기 둔화와 기업실적 악화라는 증시 본래의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한 이같은 상승세는 꺾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먹구름에서 벗어난 세계증시=지난달 11일 테러사건 발생 후 대부분 국가의 증시는 '폭락'의 아픔을 경험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을 우려,미국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또 테러 보복전쟁이 국지전으로 흐르면서 세계 증시는 테러 쇼크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 테러 전날인 지난 9월10일과 이달 11일을 비교한 결과 미국 나스닥지수는 테러 이전 낙폭을 만회했으며 다우존스지수도 하락률이 2.03%로 축소됐다. 특히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증시는 테러 전에 비해 오히려 상승했다. 독일 닥스지수는 10.41% 올랐고 프랑스 영국 증시도 6.67%와 2.61% 각각 상승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일본 증시가 빠른 속도로 안정되면서 테러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싱가포르(마이너스 10.34%) 말레이시아(마이너스 11.75%) 태국(마이너스 13.30%) 대만(마이너스 9.27%) 인도네시아(마이너스 16.81%) 등은 여전히 낙폭이 큰 상태다. ◇어떤 업종이 올랐나=미국 S&P500의 업종지수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테러발생 이후 방위산업이 38.92% 급등,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음은 보험중개 소매 주택건축 멀티보험의 순이었다. 보험주 상승은 테러 이후 개인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현상을 반영했다. 소매 주택건축 부문은 금리인하와 세금감면 등 경기부양책으로 향후 소비심리 진작과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점이 반영됐다. 이밖에 테러발생 후 통신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신장비 장거리전화 등도 각각 9.33%와 8.35% 상승했다. 반면 테러사태의 불똥이 튄 항공 호텔 업종은 회복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은 "테러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큰 방위산업과 항공산업의 상승·하락률이 두드러졌다"며 "내수관련주의 강세,금속 철강 공해방지 업종의 하락은 테러사태 영향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상승세 낙관은 이르다=미국 증시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과정이 필요한데다 주요 기업의 악화된 실적 발표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특히 테러사태 이전부터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는 테러사태 이전부터 진행된 하락추세선에 진입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급락에 따른 기울기 조정 정도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세계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갈 만한 모멘텀이 없는 상태"라며 "테러 충격이 걷히면서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라는 악재가 점차 주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