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 보복전쟁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은 소폭의 하락세에 그쳤다. 미국의 반격이 예견된 것이어서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권수익률 역시 보합 수준이었다. 국고채 3년짜리와 회사채 AA-등급, BBB-등급의 수익률은 소폭 올랐다. 단기물인 기업어음(CP)의 수익률이 하락하는 정도였다. 원.달러 환율 역시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오름폭이 미미했다. 장초반 1천3백13원대로 출발했으나 이내 1천3백12원대로 하락했다. ◇ 주식시장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었다. 의외로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지속하고 있어 큰 폭의 주가 하락은 없었다. 다만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은 보유 주식을 조심스럽게 내다팔거나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거래가 다소 부진했다는 점도 테러 보복전쟁의 영향이라면 영향이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5일보다 5.79포인트 하락한 496.13, 코스닥지수는 0.52포인트 내린 53.55에 마감됐다. 하락률은 거래소시장이 1.15%, 코스닥이 0.96%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3일 연속 상승에 따른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 전쟁 영향은 적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이 큰 코스닥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외국인이 거래소시장에서 3백4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4일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시장의 심리는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목별로도 풍산 영풍산업 한화 등 방위산업체의 주가가 폭등한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다만 2조원에 육박했던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이 1조5천억원대로 줄어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8일(현지시간) 컬럼버스 데이에도 불구하고 개장하는 미국 증시의 추이에 따라 매매 전략을 정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러 보복전쟁보다는 세계 경기문제가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번 테러 보복전쟁이 베트남 전쟁처럼 확산되면 증시에 큰 충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이 국지전으로 소규모 전쟁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테러 보복전쟁은 그동안 충분히 예견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부장은 "전쟁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460∼470 이하로 급락할 위험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 금융.외환시장 =당국의 안정 의지가 뚜렷이 제시되면서 역시 안정세였다. 그러나 보복전쟁 상황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몰라 심리적 부담은 깔려 있다. 이날 휴장한 미국과 일본 시장이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관망하는 분위기. 딜러들은 일단 매매를 자제하며 영향 분석에 골몰해 있다. 향후 환율은 당분간 1천3백10원대 안팎의 좁은 박스권을 예상한다. 하지만 최근 급락한 금리는 조정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보합권을 맴돌았다. 높은 수출의존도 등으로 불안 심리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환율은 1천3백10원대에서 더 내리기도 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부진, 정유사 등의 달러화 매수세 등으로 급락 가능성이 낮다. 엔화 환율이 1백18엔대 밑으로 하락하느냐가 관건이다. 반대로 시장 개입이 예고돼 급등 가능성도 낮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전 임원·부서장 회의를 열어 환율 급등락시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시장개입 의지를 천명했다. 외환은행 이정태 딜러는 "원화 환율은 강세와 약세 요인이 혼재돼 있어 당분간 1천3백∼1천3백20원의 박스권이 예상되며 추가 테러나 확전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보복전쟁 자체보다 향후 금리정책이 더 관심거리다. LG투자증권은 '전쟁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시장 반응은 매매 위축이나 관망세 견지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 폭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그동안 금리를 끌어내린 경기 추락과 물가 둔화만으로 금리가 더 내려가기는 어렵다.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는 이미 금리에 반영돼 있어 0.5%포인트 인하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국민은행 박권수 과장은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금리정책 구사 여력도 거의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형규.최명수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