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 남일총 유진수 김영세 사회 : 안현실 ] 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통신시장에 대해 "비대칭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나 원칙은 나오지 않고 있다. 통신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만이 서로 자기의 주장을 쏟아내며 기선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중 어느 한쪽만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 난무,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25일 비대칭 규제의 올바른 접근방법과 통신산업 발전 및 경쟁촉진을 위해 "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안현실 위원='비대칭 규제'란 개념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현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주시죠. △유진수 교수=과거 미국 AT&T는 시내망을 독점하고 있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할 위험이 컸습니다. 비대칭 규제는 여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시장지배력 및 점유율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에 대해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념이 정립됐습니다. △안 위원=유·무선 시장의 경쟁상태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남일총 위원=무선 시장은 사업자들이 자체망을 까는 경쟁을 하고 있고 선진국 통신 시장과 비교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반면 유선 시장은 한국통신이 시내망을 비롯한 기간망을 대부분 소유해 경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부분,망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유 교수=무선 시장에 경쟁구도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유선 시장(특히 시내전화시장) 후발사업자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경쟁자체가 사라질 겁니다. △안 위원=정부는 왜 갑자기 비대칭 규제란 카드를 들고 나왔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는데요. △김영세 교수=정부가 구상중인 '3강체제'는 경제적 논리가 미약한 게 사실입니다. 시장에서 경쟁원칙만 철저히 제시하면 2강이 됐든 4강이 됐든 문제는 없죠. 정부는 차세대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동기식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기식 사업자에 점유율 보장 등 반대 급부를 주기 위해 비대칭 규제를 착안한 게 아닌가 합니다. △유 교수=후발사업자가 경쟁력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점유율을 보장받으면 비효율적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그러나 후발사업자가 경쟁력이 있는 데도 불구,선발사업자에 눌려 잠재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기 이전에 도태된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런 의미에서 후발사업자가 공정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비대칭 규제를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 같습니다. △안 위원=하지만 최근 정부의 입장도 약간 혼선을 보입니다. LG텔레콤은 총괄요금 규제 등 기존 인가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오히려 유보신고제를 검토한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 위원=인가제면 인가제,신고제면 신고제이지 유보신고제라니 좀 이해가 안 갑니다. 법적 근거가 있는지도 의문스럽구요. SK텔레콤이 요금인상이 아니라 압박적인 요금인하를 강력 시도할 경우 자신은 원가절감 노력으로 적정 투자이윤을 벌 수 있겠지만 후발사업자는 어려워지는 측면이 물론 있습니다. △안 위원=이동통신시장에서 LG텔레콤은 점유율 보장·주파수 총량제 도입·접속료 차등 적용 등을,유선시장에서 하나로통신은 번호 이동성·접속료 인하·시내전화 사전선택제 도입 등을 비대칭 규제 수단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단이 과연 타당하다고 보시는지요. △유 교수=가격기능을 살리고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타당한 규제 방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놓여 있죠. 일각에서 제기하는 번호이동성 문제는 가능한 시일내에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남 위원=정부가 어떻게 특정 사업자에 점유율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원칙에 맞는 것부터 비대칭 규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상호 접속료를 예로 들면 후발사업자라고 싸게 해주고 선발사업자엔 비싸게 받아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원가검증을 통해 원가에 기반한 요금 책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안 위원=동기식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도 있고 현재의 경쟁구도에서는 선발사업자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할 위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비대칭 규제를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김 교수=서비스 산업이 재화 산업보다 세계화의 영향을 덜 받고는 있습니다. 하지?글로벌 로밍 등 글로벌 경쟁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3개 사업자들이 국내시장 나눠먹기에 안주하기는 힘들 겁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투자에 소극적이기는 어렵죠. 실제로 매출액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국내 지배적 사업자들은 아직 세계적 업체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뒤처져 있습니다. △남 위원=여태까지 투자수익률이 낮아서 그렇지 투자 자체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윤 동기가 없는 회사가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였다는 점이 투자확대 등에 문제를 야기했었죠. 그런 점에서 한국통신이 내년 6월 말까지 완전 민영화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비대칭 규제보다 이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위원=비대칭 규제와 관련,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남 위원=정통부는 정책,규제기능과 한국통신의 경영자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통신위원회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이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교수=정부가 시장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기본적인 법적,제도적인 틀을 만들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수준으로 역할을 한정해야 합니다. 정리=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