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쇄테러 배후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종적을 감춰 자진 출국 권고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23일 주장했다.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이날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물라모하메드 오마르가 성직자회의 결과를 통보하기 위해 지난 20일 빈 라덴에게 특사를보냈으나 지금까지 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이틀간 빈 라덴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으며 그를 찾으면 자진출국을 권유키로 한 성직자회의 결과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에서 발행되는 아프간 이슬람통신(AIP)도 압둘 하이 탈레반 대변인이 "손님 오사마가 사라졌다. 우리는 그를 찾고 있다"며 "그를 찾으면 성직자 회의 결과를 통보할 것이며 출국 여부는 그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탈레반의 주장을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유치한술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으며 이날 국방부 대표단을 파키스탄에 파견하는 등 빈 라덴과 아프간에 대한 공격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 없다"며 "그가 실종됐다는 주장이 우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탈레반은 빈 라덴과 그의 부하들을 우리에게 인도하고 테러범 훈련 캠프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적인 (대 테러) 연대의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CBS방송 `국민과의 만남'에 출연해 탈레반의 주장을 믿느냐는 질문에 "물론 아니다"며 "탈레반이 (빈 라덴의) 테러 조직이어디 있는지 몰라서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국방부 근동.남아시아 지역 작전국장 케빈 칠턴 공군 준장이 이끄는 국방부 대표단을 이슬라마바드에 파견, 빈 라덴과 탈레반에 대한 공격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 대표단은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이파키스탄의 영공과 군사시설을 사용하는 문제와 양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문제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 크리스 패튼 유럽연합(EU) 대외문제 담당 집행위원, 그리고 하비에르 솔라나 EU 대외정책 담당관으로 구성된 EU 대표단도 24일 파키스탄을 시작으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을 방문해 대테러 전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슬라마바드.카불.워싱턴 AFP.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