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에서 대가로 불리는 인기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오랜만에 열린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26일 개막하는 "한국현대미술의 전개"전이 바로 그것.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기였던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추상 모노크롬 미니멀 등 다양한 작품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출품작가는 김환기(1913-1974)김종영(1915-1982)유영국(85)서세옥(72)김창열(72)박서보(70)윤형근(73)정상화(69)이우환(65)등 9명. 추상미술은 대중적이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취향에 가까운 난해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한 것이지만 이들 작가는 이러한 추세에 한국적인 동양적 정신을 가미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했다. 김환기는 이 시기에 초기 구상회화에서 '점'연작인 추상세계를 뉴욕에서 완성했다. 몬드리안적인 기하학 추상과 격조가 있는 정신성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유영국은 50∼60년대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밝고 힘찬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을 남겼다. 이중섭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도쿄문화학원을 다닌 그는 '한국추상의 칸딘스키'로 불린다. 서세옥은 한지에 수묵으로 독창적인 추상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ㅅ'자를 사용한 최소한의 획으로 사람들의 이미지를 추상으로 표현하면서 우주적 공간의 의미도 담았다. 윤형근은 일본 미술계에서 각광을 받은 작가. 마포위에 거대한 선을 먹물같은 검은 갈색으로 그린다. 서양화가이지만 동양화의 먹작업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한다. '물방울'작가로 알려진 김창열은 착시현상을 이용해 우주의 신비를 물방울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천자문을 배경으로 한 개념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서보는 앵포르멜 추상운동을 주도한 인물.'묘법'시리즈로 한국적인 모노크롬을 개척했다. 일본 모노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우환은 점과 선으로 '그림같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10월7일까지. (02)734-6111∼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