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나흘 연속 1,000억을 넘어서며 증시에 하락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21일 외국인은 오후 2시 43분 현재 1,430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는 2,892억원, 매수는 1,462억원 수준이다. 외국인은 지난 18일과 19일에 각각 1,116억원, 1,041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전날에는 1,06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번주 들어 최대 폭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 외국인이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나흘 연속 매도우위를 보인 것은 지난 99년 7월 30일에서 8월 4일 이후 25개월중 처음이다. 외국인은 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등 전세계적인 반도체주 폭락 속에 D램 경기 회복 시기가 2분기 이상 지연되리라는 분석으로 한국내 비중이 높은 관련주 지분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지수가 480대로 급락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도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본격적으로 한국 비중 축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매도세가 국내 요인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외생 변수로 인한 점에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지수 급락을 경계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의 적극적인 저가매수와 다소 석연찮은 기관 매수로 어느 정도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급락을 막아내고는 있으나 최대 매매 세력인 외국인 매도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소화할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기가 힘들다고 지적하면서도 급격한 비중축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지속됐던 외국인의 종목별 갈아타기 장세가 마무리에 접어든 모습"이라며 "절대매도 규모가 증가한 것이 아니고 매수 규모가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던 500대가 무너졌음에도 매도로 일관하는 것은 세계 증시 동반 하락 속에 한국시장에서 매력적인 주식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며 "업종대표주의 경우 반등시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테려와 경기침체에 따른 해외 환매 요구, 로스컷 물량 출회 등 외국인 매도 이유가 해외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세계 반도체 주식 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는 해외 변수 안정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 팀장은 "전저점에 접근한 만큼 외국인 분위기에 편승해 매도포지션을 취하기 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지 않으면서 유동성이 좋고 저금리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 건설주와 내수관련주에 관심을 둘 만 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