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심현영 <현대건설 사장> .. 中東 출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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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영 현대건설 사장(62)은 19일 오전 테러공격에 대한 미국의 보복결정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으로 서둘러 떠났다.
방문대상국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3개국.
굳이 이 시기에 출장을 떠날 이유가 있겠느냐며 임원들이 만류했다.
심 사장은 그래도 출장을 강행했다.
여장을 꾸리고 있는 심 사장을 만나 그이유를 물어보았다.
"가정으로 치면 이란현장에 1만여명의 가족이 있는데 현지 책임자가 알아서 대책을 세우라고 미룬다는 건 가장(家長)의 도리가 아니죠"
그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현장인력들의 안전대책을 마련해 줘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현장확인을 중요시하는 경영자다.
심 사장은 지난 18일로 취임한지 꼭 4개월이 지났다.
그의 경영스타일이 갈수록 또렷이 드러나는 시기다.
그동안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비쳐진 심 사장은 '귀가 큰 경영자'다.
다른 사람의 얘기부터 듣기 때문이다.
심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화의 장(場)부터 마련했다.
서울 계동사옥에서 여사원부터 이사대우급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8백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5차례에 걸쳐 협력업체 대표 9백여명을 초청, 의견을 들었다.
공식적인 자리만 그렇다.
귀가 큰 경영자라고 해서 반드시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들의 얘기를 듣고나면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밝힌다.
심 사장은 늘 현대건설의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마인드(정신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심 사장은 어떻게 하면 유연성과 봉사정신이 떨어지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꿔놓느냐 고심하고 있다.
그는 그 원인을 불특정 다수의 고객보다는 특정고객, 특정국가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현대건설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심 사장이 추구하는 개혁이 대외적으로 요란스럽지 않은 것은 그만의 리더십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에는 두가지가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구심점을 찾는 리더십이다.
강력한 리더십은 조직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심 사장은 이러한 리더십에 대해 "효과는 빠르지만 임직원들의 감정에 앙금이 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신의 경영스타일은 강력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조직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악해 새로운 구심점을 찾는 게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구심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조직의 발전방향과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조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게 그의 조직이론이다.
그는 이를 실천하고 있다.
심 사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건축사업본부 안장성 과장(40)은 심 사장의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예컨대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직원과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 사장이 마주 앉았다고 치자.
심 사장은 이때 먼저 직원의 논리를 끝까지 듣는다.
그런뒤 왜 서쪽으로 가야하는지를 진지하게 설명한다.
대개는 심 사장의 의도대로 따라가게 된다.
물론 심 사장의 목표는 변화와 혁신이다.
그렇다고 심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임직원에게 주입만 시키는 스타일은 아니다.
임직원 스스로 창의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일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의 양도 스스로 결정하라고 주문한다.
심 사장이 임직원들의 능동적인 결정을 요구하는 논리는 이렇다.
"어떤 직원에게 한햇동안 20억원 규모를 수주하라고 목표량을 주면 목표달성을 못했을 경우 이유를 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목표량을 결정하면 분수에 맞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데 무리수를 범하지 않게 마련이죠"
심 사장에게 현재 진행중인 현대건설의 변화와 혁신에 몇 점을 주고 싶냐고 질문했다.
그는 "아직 멀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과거의 우직하고 저돌적인 이미지가 여전하다고 했다.
사회는 유연하고 겸손하며 고객을 알아보는 회사를 원하는데 현대건설은 틀린 것을 고치려 하지 않은 고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심 사장은 중간평가를 내렸다.
자화자찬을 꺼려하는 심 사장의 표현방식 때문이지 현대건설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주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예전같지는 않지만 민간공사 수주는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재개발 재건축에 참여해 달라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중동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올해 목표한 13억달러의 해외수주 목표도 채울 것으로 현대건설은 내다보고 있다.
?사장은 이번 출장기간중 현지 발주처를 찾아 수주상담도 벌이게 된다.
현대건설이 수주와 분양에 활기를 띠는 것은 따지고 보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게 결정적인 이유이지만 심 사장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심 사장 취임이후 조직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심 사장 취임이후 가장 달라진 것으로 대화하는 분위기조성을 꼽고 있는 현대건설 임직원이 적지 않다.
사장에게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팩스와 이메일이 열려 있다.
심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이메일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심 사장의 좌우명은 '참고 기다려라'다.
수동적으로 견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준비를 하면서 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를 잘 해둬야 기다린 보람이 더욱 크다고 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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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39년생
63년 중앙대 상학과 졸업
63년 현대건설 입사
78년 현대중공업 부사장
81년 한라건설 부사장
84년 인천제철 부사장
86~96년 현대산업개발 사장(한무개발 대표이사,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장, 현대정유 대표이사 겸직)
96년 현대건설 사장
97년 청구그룹 부회장
99년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