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발표한 증시대책은 기관투자가의 자기계열 주식 투자와 자사주 취득 관련 규제를 완화, 주식 수요를 늘려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기관투자가의 증시 안전판 기능을 회복시켜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의 증시 안정 의지는 이날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어느 정도 심리적인 효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이번 규제 완화에 힘입어 주식을 얼마나 더 사들일지는 의문이다. 보험사나 투신운용사 입장에선 고객이 맡긴 돈을 무작정 공격적으로 주식 매수에만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 투신.보험사 주식운용 규제 완화 =대형 투신운용사들의 운용 제약 요인으로 지목돼 왔던 자기계열 주식운용 한도가 신탁재산의 7%에서 10%로 확대된다. 삼성투신운용이 1백억원짜리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경우 시가총액 비중이 14%가 넘는 삼성전자에 7%밖에 투자하지 못하는 운용상의 제약이 따랐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규제 완화로 삼성 현대 LG SK 등 상장 계열기업이 많은 투신운용사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S투신 관계자는 그러나 "규제 완화가 되더라도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늘어나야 주식 추가 매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경우 자기계열 주식운용 한도가 운용자산의 2%에서 3%로 올라가면 주식매도 물량을 덜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계열 주식 보유물량이 2%를 넘는 일부 보험사들이 최근 '한도 유지'를 위한 매물을 대거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촉발됐던 주가 하락 가속화 시비는 더이상 재연되지 않게 됐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자기계열 주식보유비율은 1.91%(2조2백36억원)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자기계열 주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1조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 자사주 취득 제한 완화 =상장.코스닥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일 때 장중 어느 때나 무제한으로 사들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동시호가 주문에서만 자사주 취득 주문을 낼 수 있었으나 장중에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하루에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한도(총 발행주식수의 1%)를 폐지해 일시적으로 많은 물량을 사들여 주가 안정 효과를 높이도록 했다. 금감위는 이를 위해 늦어도 오는 21일까지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미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기업에도 개정된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적용된다면 10월 또는 12월 말까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한국단자 삼진제약 환인제약 녹십자 세원중공업 제일기획 호텔신라 내쇼날푸라스틱 동아제약 동일방직 흥아타이어 일은증권 제일모직 동부제강 등이 혜택을 보게 된다. ◇ 연기금 주식투자 조기 집행 등 =4대 연기금이 계획하고 있는 올해 주식투자 예정 금액은 약 2조2천억원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를 빠른 시일 내에 집행하도록 관련 부처에 협조 요청키로 했다. 또 소규모 연기금의 금융자산 통합운영체(인베스트먼트 풀)도 늦어도 10월 초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이밖에 예금보험공사가 연말까지 4조6천억원 규모의 예보채를 발행,서울보증보험을 통해 투신사에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투신사가 시장을 떠받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