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중소기업의 CEO 중에는 하루 4시간 정도로 잠을 절약하는 일중독자들이 흔하다. 플라스틱 사출기계 분야에서 선도 벤처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우진세렉스의 김익환 대표(43)도 하루 4시간만 자는 '극성파'다. 그러나 김 대표는 비즈니스에만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우진세렉스의 CEO이면서 동시에 성균관대 인문사회계열의 01학번 신입생이다. 경기도 인천의 기계 산업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우진세렉스에서 기술개발 마케팅부터 관리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활약이 끝나자마자 바로 성균관대로 직행하는 '2중생활'을 올들어 지속하고 있다. "가난으로 고등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1975년에 고등학교를 마친후 중단된 학업을 26년이 지난 2001년에야 성균관대의 벤처기업인 특별전형을 통해 재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수능시험을 목표로 집에서 공부해 오던중에 특별전형이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응모, 대학생이 됐다는 것이다. 특별전형이었지만 50명 모집에 7백여명이 신청하는 등 경쟁률이 높았다고. 김 대표는 "경제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그는 필리핀에서 영어강사를 모셔오는 '극성'을 부렸다. 숙식에 월급 1천달러를 제공키로 하고 필리핀 현지의 신문광고까지 이용해 어렵게 찾은 실력있는 영어강사라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영어강사 자리를 아예 사장실안에 만들어 낮시간에는 항상 행동을 같이한다. 비즈니스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워 보겠다는 묘안이다. "이젠 귀가 어느 정도 뚫린 것 갔습니다" 해외 기업체와 사출기계 판매계약을 체결할때 중간 통역자가 빠뜨린 부분을 간파하고 통역을 다시 하도록 독려하는 수준으로까지 영어실력이 늘었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를 꺼려하면 그때부터 사업체는 사양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게 김 대표의 믿음이다. 예컨대 우진세렉스가 플라스틱 사출기계 업종분야에도 다른 회사보다 일찍 전산시스템 응용에 눈을 돌림으로써 선도기업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다른 일반 중소기계업체와 달리 부설 연구소를 세우고 전동식 사출기계같은 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등 유난을 떨지 않았으면 아직도 영세 기계업체군에서 이전투구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우진세렉스는 지난 7월 코스닥에 입성한 등록(상장)기업이다. 사출기계 업종의 대학생 벤처기업인인 김 대표 입장에서는 주가관리라는 임무까지 받은 셈이다. (032)867-7700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