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사태의 배후인물로 지목된 오사마빈 라덴의 은신처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다각적인 공격 가능성을 천명하고있는 미국이 예기치 않았던 '복병'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속앓이의 주범은 다름아닌 보병용 대공미사일의 간판스타격인 미제 스팅어(Stinger) 미사일이다. 걸프전 때 '진가'를 발휘한 패이트리엇 미사일의 제작사인 레이디온사 제품인스팅어는 길이 1.5m, 직경 70mm, 무게 15.8㎏로 저고도에서 접근하는 적의 항공기를격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아프간전에서 성능 입증한 스팅어 미사일= 스팅어는 보병이 어깨에 올려놓고발사하는 견착식에서부터 헬기 탑재 공대공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미국제 무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장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 장비는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반소(反蘇)회교무장반군(무자히딘)측에 제공돼 침략군이던 소련군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공포의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소련군은 아프가니스탄이 해발 1천m 이상의 산악지대인데다 무자히딘 반군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대공포화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장갑에다 무장능력을 갖춘 중대형무장헬기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소련군은 당시 동유럽전선에 배치됐던 중대형 MI-24(하인드) 헬기를아프간전선에 투입했다. 2천마력의 출력을 내는 터보샤프 엔진(Isotov TV3-117) 2기에다 AT-2 대전차미사일과 기관포 등을 갖춘 이 중무장헬기는 이내 효과를 발휘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빈약한 대공화기를 갖고 있던 무자히딘 반군들은 '나르는 탱크'인 MI-24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CIA는 이런 상황을 좌시할 경우 지역 전략판도에 큰 변화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장비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CIA가 찾은대응장비가 바로 스팅어였다. 아프간전쟁 직전에 제작됐던 스팅어는 실전에서 성능을 제대로 입증받지 못해자칫 사장될 운명에 놓여 있었다. 이에 따라 CIA는 스팅어의 성능을 실전에서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이를 무자히딘 반군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CIA는 소련과의 외교마찰 등 부작용을 우려해 이 장비를 카쇼기를 포함한 아랍무기상이나 인접국인 파키스탄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무자히딘 반군측에 제공된 스팅어는 이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공포의 대상이던 MI-24는 물론이고 카불공항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군기지 등에서 병력과 장비를 반입해오던 대형수송기 및 반군기지를 폭격하던 전폭기들이 속속 스팅어의 제물이 됐다. 이에 따라 소련군은 카불공항 이착륙시나 반군기지 등에 대한 항공기의 공습시스팅어 미사일을 속이기 위해 알루미늄 금속편을 살포하는 등 궁여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스팅어 미사일은 아프간전쟁 후에도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체첸 등 러시아로부터 이탈하려는 회교공화국과의 전투에서도 반군측이이 미사일을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잔여 스팅어 미사일의 행방은 = 10년 동안 계속된 아프간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무자히딘 반군측에 정확히 몇기의 스팅어 미사일을 공급했는지에 정확한 자료를 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정보기관이 개입된 무기공급 과정이 상당수 베일에 가려져 있기때문이다. 다만 아프간전쟁 기간에 미국이 무자히딘 반군측에 최소 2천기 이상 스팅어를 공급했을 것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추측이다. 그러나 스팅어를 둘러싼 문제는 정작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패퇴'를 한지난 89년 이후부터다. 다양한 인종과 종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전쟁 기간에는 한목소리를 냈던 무장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내전에 이내 휩싸이면서 스팅어 미사일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현재 탈레반 등 아프가니스탄 내 여러 무장 세력들이 보유하고 있는스팅어 미사일수가 700여기에 이르는데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예멘, 레바논 등지의회교 테러단체들에 재공급돼 이스라엘과 미국을 겨냥한 살상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정보기관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미, 영, 이스라엘 등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과격 회교테러단체들에 스팅어 미사일을 공급한 장본인이 '아프간 동창회'(Afghan Alumni)의 회장격인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소문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면서 미, 영, 불, 이스라엘 등의 정보기관들은 이 미사일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 빈 라덴의 체포나 제거를 위해서는 대규모 지상군 동원보다는 공습이나 특수부대원들의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위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팅어 미사일의 재출현이다. 자국 내 회교도들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파키스탄이나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는 중앙아시아의 회교공화국들은 대규모 미 지상군의 진입 대신 야음이나 새벽을 틈탄 미국 특수부대원들의 헬기 침투를 묵인해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설사 파키스탄이나 러시아 내 회교공화국을 발진기지로 해 최정예요원들을 탑승시킨 미군의 특수전용헬기가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하더라도 침투 정보가 곧바로 탈레반이나 라덴 추종세력에 흘러들어가 침투경로 주변에 스팅어 대공망을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설사 미국이 MH-47E, MH-53J 등 최첨단장비를 갖춘 특수전용헬기를 동원하더라도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이들은 계곡 등 험지에 잠복해 있을 스팅어 대공망에 노출돼 격추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결국 미국이 '스팅어 악몽'을 어떻게 사전에 처리하느냐가 이번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