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의 시장 안정 노력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세계 증시의 주가는 지역별로 급등락이 엇갈리고 국제 유가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 국채 수익률도 폭락했다. 테러 행위에 대한 미국의 군사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다 이번 사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동시 불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탓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세계경제 및 정국 불안으로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 불안한 국제 유가 =국제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 확대 등 유가 안정화 방안 추진으로 하향 안정 기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14일 싱가포르시장에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26.5달러까지 상승했다. 전날은 8센트 떨어지며 배럴당 25.92달러를 기록했었다. 미국의 군사공격이 개시되면 세계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석유 전문가들은 실제로 미국의 군사공격이 개시되면 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지금의 26달러선에서 30달러 근처까지 육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하향 안정세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 춤추는 국제 증시 =14일 아시아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도쿄증시만 4% 이상 폭등,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엔선을 3일 만에 회복했다. 종가는 1만9.45엔. 그러나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대부분의 아시아 주가들은 1~3% 떨어졌다. 반도체 등 기술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싱가포르증시의 스트레이츠타임스 지수는 2.2% 떨어졌고 대만의 가권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이번주 초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함께 1만선이 무너졌던 홍콩의 항셍지수는 소폭(0.3%)이긴 하지만 재차 내림세로 돌아섰다. 중남미 증시는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증시는 3~5%씩 급락했다. 유럽 증시는 13일까지 연이틀 올랐지만 17일 개장되는 미국 증시의 급락세가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다음주에는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미국채 수익률 급락 =미국채 시장은 13일 테러 발생 3일 만에 개장됐다.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단기물이 급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2년짜리 국채 수익률은 테러 발생 전인 지난 10일의 3.49%에서 이날 2.95%로 급락,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은 액면가 1천달러당 16달러 이상 급등했다. 30년물은 수익률 낙폭이 작아 5.44%에서 5.40%로 내려갔다. ◇ 국제 외환시장 혼미 =달러화 가치가 재차 약세로 돌아서고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국제환율도 혼미해지고 있다. 14일 일본 도쿄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전날의 달러당 1백19엔선에서 1백18.8엔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도가 8년반 만에 최저로 내려가고 신규 실업자가 급증했다는 발표까지 나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테러 여파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확실해지고 있어 달러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급락, 중남미 시장의 금융위기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레알화는 13일 사상 최저인 달러당 2.735헤알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고 국내 경제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중남미 시장을 등한히 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경제 취약국이 국가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