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 코르누코프 러시아 공군참모총장은 러시아에서 미국 테러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목표 항공기를 요격할 시간이 없다고 시인했다. 코르누코프 총장은 13일자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紙)와 회견에서 `미국에서와 같은 비극적 상황이 러시아에서 재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에서 항공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납치돼 지상 통제력이 완전 상실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공군은 연방보안국(FSB)이나 비상대책부 보다 먼저 비행기 납치 및 항로 변경 사실을 통보받게 된다"며 "이럴 경우 대공방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코르누코프 총장은 그러나 `테러범들이 만약 모스크바 근교 공항에서 여객기를 탈취해 크렘린궁(宮)으로 직행한다면 중간 요격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해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사태에 대응해 사격할 시간이 없다"고 대공 방어체계의 취약성을 인정했다. 그는 "대공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10-12분이 필요하다"며 "이는 상황보고 체계를 가동하기에는 충분하지만 항공기 요격 결정을 내리기에는 불충분한 시간이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미국 테러사건은 특히 모스크바 지역에 대한 안전문제를 재고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유사한 사건이 모스크바에서 발생하면 요격명령을 내리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르누코프 총장은 이어 "현 근무수칙상 공군은 군용기에만 사격을 가할 수 있으며, 일반 여객기의 경우는 해당기가 테러범에 납치됐고 인질이 없다는 것이 확인될때만 요격이 가능하다"면서 "테러범들이 항공기에 폭탄과 인질을 함께 싣고 크렘린궁으로 직행한다면 국방장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983년 9월 대한항공기 격추사건 이후 공군 사격지침을 대폭 강화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