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부 워싱턴과 뉴욕에서 터진 동시다발 테러사건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 사건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10명이 넘는 테러범들이 사건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사건 하루만인 12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테러에 미국에서 훈련받은 조종사들을 포함해 최소한 10여명의 테러범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항공기 납치범들은 3-6명씩 조를 구성, 칼과 종이 커터를 무기로 들고 폭파 위협을 하면서 4대의 여객기를 탈취했다"면서 "납치 용의자들중 다수는 미국에서 조종사로 훈련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으로 미뤄볼 때 이번 테러에는 최소 12명, 최대 24명이 참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FBI는 4개의 다른 세포조직이 각각 비행기 납치테러를 벌였는지 수사중이며, 최소한 한 납치조는 캐나다를 통해 들어왔고, 사우디 출신 반미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연관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법무부가 미국 역사상 가장 대대적이고 집중적인 수사를 펴고 있다"면서 "이미 믿을만한 단서를 많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비행기 납치테러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신원을 밝혀냈다"면서 용의자중 5명의 신병을 이미 확보해 구금중이며 공범을 찾기 위해 다른 용의자들을 신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정식으로 체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멀러 국장은 또 전국 각지에 파견된 FBI 요원들이 납치범 및 그 동료들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로드 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머물렀다는 단서를 수집, 이들의 이동경로를 재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 글로브와 보스턴 해럴드지(紙)는 FBI가 아랍계 용의자 5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아랍어 비행훈련 교범과 코란이 들어 있는 렌터카 한 대를 사고기 이륙지인 로건국제공항에서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부다비 공영방송은 아랍인 용의자중 2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여권을 소지중인 바엘 모하마드 알-쉬흐리, 아흐마드 이브라힘 알리 알-하주니로 신원이 밝혀졌다고 12일 밝혔다. FBI와 보스턴 경찰은 테러 용의자가 빌린 것으로 알려진 한 방을 수색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 36층짜리 웨스틴 호텔을 급습, 한 사람을 밴에 태운 뒤 사라졌다고 호텔 주변의 목격자들은 말했다. 또 보스턴발 기차가 프로비던스에 잠시 정차한 후 한 남자가 수갑을 찬 채 끌려갔고, 다른 2명이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에서 구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주에서는 테러 용의자중 3명이 최근 수개월간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장소가 FBI 요원들의 수색을 받고 있다. FBI는 특히 테러범중 2명이 비행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항공학교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 학교의 전 직원을 신문한 뒤 학교의 컴퓨터와 파일들을 압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사진중 한 명은 테러 용의자중 한 명은 미국에서 비행 훈련을 받은 조종사인 중동 출신 알리 무하메드 알-다르마키라면서 그는 데이토나 비치의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을 다니다 나쁜 성적으로 중퇴했다고 언론에 흘렸다. 이 소식통은 또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타도 평소 테러조직에 연루의혹을 받았던 인물인 만큼 FBI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테러리즘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수집된 사건 단서들을 취합하면 결국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인물로 귀결될 것이라고 거의 확신에 차서 장담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특히 사고기 이륙지인 보스턴에 가족과 친지가 살고 있어 의혹을 더하고 있다. 라덴의 형제중 하나가 하버드대학에 장학기금을 설립했고, 다른 친척이 보스턴 바로 외곽 찰스차운의 호화 단지에 6개의 콘도를 소유하고 있다. 또 두 명의 지인이 보스턴에서 한 때 택시기사로 일했다. '미국 역사상 사상 최대의 범죄수사작전'으로 알려진 이번 수사에서는 4천명의 특별요원과 3천명의 보조인력이 활약하고 있으며, 400명의 FBI 연구소 전문가들이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사고현장에 투입돼 있다. (워싱턴.뉴욕 AP.AFP=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