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12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역내 중앙은행들이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충분한 돈을 풀 것"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및 영국 중앙은행 등이 함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ECB측은 당장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소식통들은 FRB와 ECB,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그리고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내셔널 뱅크가 이날 일제히 단기성 자금을 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테러 발생후 혼돈에 빠졌던 금융시장도 달러 가치가 회복되는 가운데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한때 급등했던 유가도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보험업계도 참사 피해를 보상할 충분한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으며 주요 투자은행들도 업무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FRB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얼마나 자금이 풀릴 것이냐는 질문에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13일 나올 FRB의 주간 보고서에 자금방출 규모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테러가 경제에 미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FRB가 내달 2일의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동 이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FRB 조치에 ECB와 뱅크 오브 잉글랜드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뱅크 오브 잉글랜드의 에디 조지 총재는 "필요할 경우 금리를 내릴 준비가 분명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ECB의 빔 두이젠베르그 총재는 12일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테러 후유증이 세계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럽의 경우 "경기 회복세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침체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ECB가당장 금리를 조정할 경우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의 현 금리가 "당분간 적정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페드로 솔베스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테러가 최소한 미국의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것이 테러로 인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학자들은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될 경우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미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해온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은 "오는 4.4분기 미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던 기대감이 테러로 산산히 부서졌다"면서 FRB가 과연 소비를 부추길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나텍시스 방크 포퓔레르의 마르 투아티 연구원도 "지난번 미국의 침체가 90-91년의 걸프전 때"였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통화 유동성이 유지되고 주요 선진국이 금리를 동시에 내리면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