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이 불안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쉽게 움직이지 않고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인의 한국시장 이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1일 삼성증권은 외국인이 관망하는 이유로 △대체 투자처의 부재 △IT(정보기술)경기 바닥 국면 주시 △환율의 상대적 안정성 △금융주의 견조한 흐름 △향후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 등 5가지를 꼽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한국의 주식을 대체할 자산이 마땅히 없는데다 여전히 한국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에 대해서도 IT경기 바닥 국면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도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한국시장의 비(非)IT부문이 아직 건재하고 IT부문도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해 펀더멘털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이탈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다"며 "작년 4·4분기 경제지표가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에 올 4·4분기에는 각종 지표들이 수치상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기준효과(base effect)도 기대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단기 차익 실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엔화 약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한때 1천2백97원까지 급등하는 등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외국인은 하루만에 1백30여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환율 불안이 심화될 경우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