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2:00
수정2006.04.02 02:03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을 보이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최근 절충안을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은 "국민경제의 발전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 경제사회 현실에서 수용 가능하고 노사가 사회적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절충안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익위원안은 지난 5일 열린 노사정위에서 노사 모두에 의해 거부됐다.
막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협상전략 탓일 수도 있겠으나, 이견이 워낙 크고 시간이 촉박해 노사합의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내 입법 추진을 공언해온 정부가 공익위원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공익위원안은 '수용 능력'과 '노사간 비용분담' 측면에서 어떤 평가가 가능할까.
공익위원들은 국제적 기준에 비춰 자신들이 제시한 안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수용가능하고 노사양측 주장을 절충해 비용분담 원칙에 충실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사 모두가 이같은 공익위원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휴가.휴일 조정과 관련해서 공익위원안은 우리나라에만 유일한 월차휴가(12일)는 폐지하고 생리휴가는 무급화하되 연차휴가를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8일까지 늘려 18∼22일(현재 10∼22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연차휴가 18∼22일은 미국 독일 영국 등 서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나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해서는 결코 적은 편이 아니라며 노사 양측을 설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경영계에서는 1년이상 근속자에게 일률적으로 15일의 연차휴가(근속연수에 따른 가산휴가 폐지)를 주고, 다른 나라에 비해 과다한 공휴일을 4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공익위원안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휴가.휴일수에 비해 근속연수에 따라 7∼11일이 많은 셈이다.
노동계 주장에 비해서는 오히려 근속연수에 따라 4∼10일이 적다.
이와는 별도로 노동계는 생리휴가 무급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에 따라 연 26일의 휴일이 늘어나는 만큼 휴가.휴일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노동계 주장대로 법정 근무일수가 결정될 경우 우리의 휴가.휴일수는 연 1백43∼1백53일(여자 1백55∼1백65일)로서 세계 최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안은 연장근로 한도 및 할증률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국제적 입법례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무난한 현행유지를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돼 있는 연장근로 한도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15시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에서는 오히려 10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다.
연장근로시의 할증률에 대해서 경영계에서는 주당 최초 4시간분은 25%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노동계에서는 현행대로 50%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문제에 대해서는 노사합의시 최대 1개월 단위까지만 가능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단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채택했다.
이밖에 주5일 근무제 도입속도와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공공부문부터 도입을 시작해 2004년까지 완료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을 채택했다.
이에 비해 경영계는 공무원, 교육, 금융부문부터 먼저 시작해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적인 흐름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욕구로 볼 때 주5일 근무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정착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비용분담 원칙, 국제적인 기준을 감안한 우리의 수용능력, 현실여건을 감안한 도입속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적 합의없이 정부주도의 졸속 입법이 될 경우 제2의 노동법 파동이 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무엇에 쫓기듯 서두를 일은 결코 아니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