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 굿모닝증권빌딩 18층. 6일 아침 합추위 사무실의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국내 최대은행의 산파(産婆)역을 맡은 직원들은 자기 자리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각종 서류를 챙기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합병이 아니잖아요. 더 좋은 은행을 만들자고 하는 합병인 만큼 준비는 더 철저히 해야죠"(문영소 차장) 소속을 물어보니 그는 '중립팀'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실제로 그는 아더앤더슨에 있다가 합추위에 합류해 각종 회의 및 안건상정 등을 맡고 있다. 한쪽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파견나온 컨설팅팀이 두 은행의 조직문화를 비교하고 있다. 이 팀은 상사가 퇴근할 때 직원들이 어떻게 인사하는지, 술자리 문화(?)는 무엇이 다른지 등 두 은행의 내밀한 모습까지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똑같은 전문용어를 두 은행은 어떻게 부르는지까지 세세히 조사하고 있다. 두 은행의 화학적 융합을 앞당기기 위한 준비작업중 하나다. 하지만 역시 서로 다른 이질적인 두 조직의 합병을 준비하는 곳인만큼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역력했다. 합추위 사무실은 35개 팀별로 책상이 놓여 있다. 서로 마주 보고 배열된 책상의 한쪽은 국민은행 직원, 반대쪽은 주택은행 직원의 자리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면서 서로 정도 들고 안면도 쌓자는 취지라고 합추위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어찌 갈등이 없을까. 흡연실에서 가서 담배를 피울 때도 같은 라인쪽만 움직이고 있다고 합추위 한 직원은 털어놓는다. 이야기를 하거나 업무내용에 대해 문의를 하는 것도 '끼리끼리'라는 것. 담당 팀장이 앞장서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팀별 단합대회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합추위 총괄반에서 근무하는 이삼호 팀장(국민은행)은 "갈등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다만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고 말조심 몸조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범수 합추위 간사는 "당분간 통합작업은 뒤로 미뤘다"며 "지금은 합병주총과 관련된 일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하는 에피소드 하나. 두 은행은 금리체계를 단일화하려고 했다가 결국 여신금리 결정업무는 당분간 달리 운영키로 했다. 한쪽에서는 대출기업의 경영자 자질을 총 평가점수에 25%를 반영하자고 하고 다른 쪽은 30%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그래봤자 대출금리차는 0.1%포인트도 안된다. 최 간사는 "두 은행의 자존심이라고할까 그런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통합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