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뿌린만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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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골프장에 처음 나온 S님과 라운드했다.
그 분은 4개월 정도 연습한 후 머리를 올리러 온 것이다.
한참 동안의 어드레스와 연습스윙을 하며 의식을 거행하듯 생애 첫 티샷 준비를 하셨다.
지켜보는 내 마음도 콩닥거리는데 본인 마음은 오죽할까?
그리고 힘차게 스윙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생애 첫 티샷은 굴러 20m 앞에 가서 멈추고 말았다.
순간 얼굴이 발개지며 뛰어다니는 S님.
4타에 마쳐야 하는 첫 홀에서 무려 12타,두 번째 홀에서는 10타를 기록했다.
볼은 좀처럼 뜨지 않았고 필드하키를 하는 것처럼 굴러만 갔다.
"첫 퍼팅이 잘 안되네요"라며 티샷을 퍼팅이라 말하고,연습스윙하면 안되는 벙커에서도 모래를 치며 연습을 하고,치고 달리고,치고 달리고….
그리고 어제,또 한명의 머리 올리는 여성 J님과 함께 했다.
3개월 동안 연습을 하고 나왔다는 그 분.
지난번 S님을 생각하며 이 분도 분명 생애 첫 티샷은 '굴러샷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웬걸.
휭 소리를 내며 내 드라이버샷을 압도해 버렸다.
'어쩌다 잘 맞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파4홀에서는 나도 힘든 투온을 시키곤 했다.
"머리 올리러 와서 파를 세개나 잡아도 되나요? 저 기죽었어요"라며 칭찬했지만 사실 속이 쓰리기도 했다.
결국 J님은 머리 올리러 온 날,거의 '파(破)100' 근처까지 가는 스코어로 마감했다.
J님은 의기양양했고 나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녀의 피나는 연습기를 들어보니 나는 상처 입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연습장에서 낮이고 밤이고 하루 8시간씩 연습을 했고,그것도 모자라 밤에는 거실 카펫 위에서 퍼팅 연습 2백개씩,또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물함도 마다하고 골프백을 직접 메고 다녔다 하지 않은가.
'뿌린 만큼 거둔다'는 진실은 두명의 비기너와 내게서도 예외없이 입증된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더 이상 줄여나갈 게 없을 것 같은 J님의 골프보다는,아직도 한참 줄여나갈 게 있는 S님의 골프가 더 즐거울 것 같다고….
고영분 moon@golfsky.com/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