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大변혁] 백화점 : '美 노드스트롬 백화점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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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아주머니가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여성의류 한벌을 사고는 공항으로 달려갔다.
너무 서두르다 그만 비행기표를 매장 카운터에 놓고 와버렸다.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뜻밖에도 백화점 판매사원이 나타나 표를 건네줬다.
뒤늦게 표를 발견한 판매사원이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 이 여성은 백화점의 단골손님이 됐을 뿐아니라 "홍보인"이 돼버렸다.
미국 시애틀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70년대에 있었던 실화다.
또다른 일화가 있다.
한 노인이 노드스트롬 매장에 타이어를 반품하러 왔다.
판매사원은 두말하지 않고 타이어를 받고 돈을 환불해줬다.
타이어를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돈을 되돌려준 것이다.
1975년 노드스트롬은 타이어를 판매하던 노던 커머셜 사로부터 알래스카에 있는 3개의 상점을 인수했다.
따라서 이전에 노던 커머셜 사에서 타이어를 구입했던 사람이 노드스트롬에 반품을 요구했을 개연성은 있으나 반품받을 책임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가.
노드스트롬은 손님의 반품이나 환불 요구에 대꾸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노(No)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불문율 때문이다.
노드스트롬이 고객서비스의 신화적 존재로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여기서 출발한다.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것.그외의 규칙은 없다"노드스트롬 종업원 핸드북 첫머리에 나와있는 사규 제1조다.
자신이 판단해 고객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실행하라는 것이다.
모든 권한을 현장 직원에게 준다는 뜻이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1901년 스웨덴 출신 이민자인 존 노드스트롬이 친구인 칼 월린과 함께 시애틀에 차린 구두상점 "월린 앤드 노드스트롬"이 그 뿌리다.
노드스트롬이 서비스의 신화로 떠오른 배경에는 이처럼 독특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우선 회사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들만이 복잡다기한 소매기업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관리자는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는다.
내부승진의 원칙은 직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노드스트롬의 내부승진은 하나의 정책이라기보다는 문화와 전통으로 정착됐다.
보통 백화점은 사원의 3분의2 이상이 여성이지만 여성 관리자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노드스트롬은 이러한 소매업계의 전통을 바꾸어 놓았다.
몇 년 전 조사에 의하면 노드스트롬의 매장중 70%이상의 지배인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또한 구매물품은 우선적으로 여성이나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구입한다.
노드스트롬의 내부승진 정책은 일선 직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성공을 향한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단점도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버텨 낸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기회와 혜택이 주어진다.
노드스트롬 판매사원들의 평균 수입은 미국내 다른 백화점의 경우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20대 초반에 창고 직원으로 입사하여 8년만에 매장 지배인으로 승진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1997년 "포춘"지는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백화점 및 할인점 부문에서 노드스트롬이 최고라고 발표했다.
그 비결은 서비스에 대한 리더들의 탁월한 식견과 종업원들의 능력에 대한 깊은 신뢰가 핵심이다.
이같은 기업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판매현장 사원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기위해 주저하지 않게됐다.
"윗사람과 상의해봐야 한다"는 말은 노드스트롬 매장안에선 들을 수 없게된 것이다.
모든 유통업체들이 귀찮아하고 꺼리게 마련인 무조건적 반품도 노드스트롬은 고통스럽게 여기기는 커녕 점포 홍보쯤으로 생각한다.
판매사원들이 개인별 고객수첩을 활용하는 백화점도 지구촌에서 노드스트롬이 유일하다.
이 수첩에는 일별.주별.월별 행사표와 하루 계획표,일과표,전국 노드스트롬 매장의 전화번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전화번호는 고객이 찾는 특정한 상품이나 치수가 빠졌을 때 다른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일류 판매사원들은 이 고객수첩을 잘 활용한다.
고객의 이름과 주소,전화번호,사이즈와 체형,메이커 선호도,좋아하는 색상과 스타일,이전에 구입한 상품,고객과 가족의 기념일 등을 평소에 빼곡이 적어둔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이 갖춰야할 많은 것들을 노드스트롬은 일러주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