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다고? 그럼 디스크지 뭐..." 20대 후반의 K씨는 최근 들어 운동을 하거나 움직일 때마다 자주 심한 요통을 느낀다. 간혹 엉덩이까지 뻐근한 통증이 뻗쳐 5백m만 걸어도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다. 이런 경우 흔히 디스크를 의심하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척추분리증인 경우가 적지않다. 척추분리증은 전 인구의 5~7%가 갖고 있으나 평소 운동으로 허리근육만 튼튼히 해준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운동을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행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척추분리증에 대해 이춘성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박경우 광혜병원 척추센터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척추분리증이란 =척추는 척추신경을 감싸고 있는 추체(배쪽)와 그 뒷부분(등쪽)의 추궁(椎弓)으로 나뉜다. 추궁은 활처럼 휘어 있는데 추체에 붙어서 완충역할을 해준다. 척추분리증은 어릴 적에 척추뼈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져 추궁의 관절돌기가 깨지거나 금이 가거나 조각이 떨어져 나간 상태가 그대로 방치돼 일어난다. 성장할 때까지 놔두면 위와 아래의 척추관절이 점차 분리된다. 4번 요추와 5번 요추, 1번 천추의 후관절에서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걸음마를 시작하는 유아기때 받은 외부의 충격으로 여린 척추뼈가 분리되거나, 성장기 어린이의 부자연스러운 자세와 기계체조와 같은 유연성을 요구하는 운동 등으로 척추관절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5세 이전에는 아주 드물며 5~7세에는 5%, 성장기인 11~18세 사이에 6.7%로 증가하다가 성장이 끝나는 20세 이후에는 더 이상 발병률이 증가하지 않는다. 발병 양상과 예방 =척추분리증은 어감과 달리 그 자체만으로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대략 절반이 넘는다. 이는 척추 주변의 근육이 튼튼해 척추신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을 즐기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하고, 또 무거운 것을 무리하게 들어오리는 행동을 반복하면 통증이 커진다. 더 심하면 추궁이 분리된 척추뼈의 추체가 앞쪽으로 빠져 나가는 전방전위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이럴 경우 가지런했던 척추신경이 뒤틀리고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받게 되므로 통증이 생긴다.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전방전위증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고 전문운동선수일 경우에는 과격한 운동으로 인해 발병률이 11~35% 정도로 높다. 특히 체중이 늘면서 이같은 척추뼈의 돌출이 심화되는 경향을 띤다. 따라서 척추분리증이 있으면 평소 허리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킬수 있는 가볍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증상 =초기에는 안정을 취하고 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복용한다. 또 허리근육을 강화시키는 물리치료를 받는게 좋다. 전방전위증이 생기면 움직일 때마다 신경이 압박되면서 대부분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 일부는 두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되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디스크로 오인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전방전위증이 심각하면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 수단이다. 수술 대상자의 90%는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신경감압술만으로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그러나 증상이 심각한 경우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사못과 지지 강선으로 허리를 고정해 주는 척추유합술이 필요하다. 이 때 척추를 보다 완벽하게 고정하려면 자기뼈나 티타늄 인공디스크를 척추 사이에 이식하기도 한다. 수술 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는 한달여가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내용문의=이춘성 교수 (02)2224-3526, 박경우 원장 (02)538-63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