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육체...지지않는 생명 .. 손상기 타계 13주년 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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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척추를 다쳐 성장이 멈춘 불구의 몸과 가난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우다 39세로 요절한 서양화가 손상기(1949-1988).
그의 타계 13주년을 기념한 유작전이 30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유화 대표작 1백여점과 스케치 판화 1백10점이 선보인다.
특히 2백∼3백호 크기의 대작인 '종소리','인왕산 만개' 등 60여점은 지난 98년 10주기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여수출생으로 원광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손씨는 81년 서울에서의 첫 전시를 계기로 중앙화단에 알려진 작가다.
83년부터 샘터화랑의 전속작가로 작고할 때까지 매년 전시회를 열면서 '천재화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엄중구 샘터화랑 사장은 "그의 작품성을 인정한 장욱진 김기창씨 등 당시 원로화가들이 작품을 구입해준 덕분에 전시때마다 작품의 90%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인정이 메마른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무겁고 어두운 터치로 담아냈다.
대표작들인 '시들지 않는 꽃''자라지 않는 나무'시리즈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는 늘 생화(生花)가 아닌 화병에 꽃혀있는 마른 꽃(dry flower)을 그렸다.
자신의 처지를 빗대 '마른 꽃이지만 결코 시들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는 또 '공작(工作)도시'시리즈를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인 달동네와 그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암울한 톤으로 담아 공감을 얻기도 했다.
손씨가 남긴 작품은 유화만 6백여점에 달한다.
자신의 짧은 인생을 예견하고 촌음을 아껴가면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는 "모든 신체기능이 정상인의 3분의 1 수준인 열악한 환경에서도 다작을 해냈다는 점에서 그는 오히려 천수(天壽)를 누린 작가"라고 평했다.
9월9일까지.
입장료 3천원.
(02)580-161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