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액션영화 '武士'] 望鄕의 칼바람 대륙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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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첫손에 꼽혀온 김성수 감독의 무협액션물 "무사"(제작 싸이더스.개봉 9월8일)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총 제작비 70억원에 기획.제작 기간 5년.중국대륙 1만km를 가로지르는 강행군을 거쳐 탄생한 "무사"는 2시간30분여동안 시선을 압도하는 스케일,빼어난 비주얼,잔혹할만큼 사실적인 액션으로 심장을 달군다.
만든이들의 공이 곳곳에 배어있는 "무사"는 그러나 실망은 아닐지언정 아쉬움이 앞서는 영화다.
극한 상황에 내던져진 인간들의 이야기인 "무사"는 선굵은 액션속에 심오한 철학까지 관통하는 장대한 대하서사시로 올라설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그 언저리에 머물고 만다.
명예나 희생,충성과 신의,명분과 선택등에 관한 윤리학적 질문들은 풍부한 울림으로 확장되지 못한채 존재감을 잃는다.
영화는 중국의 원명 교체기 명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된 고려 무사들이 두번다시 고국땅을 밟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
혼란의 한복판에 버려진 무사 9명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난의 여정에 오른다.
무리를 이끄는 젊은 장군 최정(주진모),지혜로운 보좌관 진립(안성기),의식있는 노비 여솔(정우성),충성스런 부관 감성(박정학),나약한 지식인 주명(박용우)...
생사를 함께하는 무사 아홉명의 공동운명체는 하나의 작은 사회다.
개성분명한 아홉 캐릭터들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대표하는 상징일 수도 있다.
한계상황에 몰린 인간들의 다양한 반응과 그를 통제해야 할 리더쉽까지.감독은 공포스런 전쟁의 아비규환 사이사이에 인간들이 난관에 부딪치고 반목하고 균열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세심히 잡아낸다.
역사극에,무협액션에,휴먼드라마까지 아우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개개인의 깊이있는 묘사가 묻히고 만다.
무사들의 마음을 빼앗고,희생을 자처하게 하는 명나라 공주 "부용"(장쯔이)의 캐릭터는 특히 아쉽다.
부용은 근래 보기 드물게 수동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데다 타인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고 구원을 받지만 끝내 내적 성숙을 보이지도 않는다.
생면부지의 외국 여인에게 고려 무사들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리게 된다는 내용은 결과적으로 관객들을 설득시키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뜻이다.
"무사"는 한국 영화사를 다시 썼다는 주최측의 자랑이 무색치 않은 "작품"이다.
중국 스탭이 가세한 미술은 "예술"의 경지고, '에반게리온'의 작곡가인 사기스 시로의 음악도 작품과 섬세하게 조응한다.
하지만 탄성을 금치 못하게 할 그 숱한 미덕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와,그 멋진 배우들과,스타일리스트로 이름난 김성수 감독이라는 굉장한 조합을 감안하면 말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