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은 방패의 승리로 끝났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절실했던 두 선수의 다툼으로 압축됐던 제83회 USPGA챔피언십의 우승컵은 '안전'을 택한 데이비드 톰스(34)에게 돌아갔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 애틀랜타어슬레틱클럽(파70)에서 끝난 대회에서 필 미켈슨(31)은 1타차로 또다시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프로전향 후 34번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이번까지 7번이나 1∼2타차 이내 우승다툼을 벌였으나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것.


미켈슨은 '메이저 무관의 세계 정상'이라는 꼬리표를 이번에도 떼지 못했다.


3라운드까지 10위권에 머무르며 기대를 부풀렸던 최경주(31·슈페리어·스트라타)는 이날 3오버파 73타(버디 1개,보기 4개),합계 1언더파 2백79타로 공동 29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경신하지 못하고 '톱10'에도 들지 못했지만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 톱프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26)는 최종일에도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즈 역시 합계 1언더파 2백79타로 공동 29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가타야마 신고는 10언더파 2백70타로 공동 4위를 차지하며 '황색돌풍'을 일으켰다.



◇4라운드 하이라이트


3라운드까지 톰스가 14언더파로 선두,미켈슨은 12언더파로 2위였다.


선두와 5타차였던 데이비드 듀발은 최종일 우승대시를 하지 못했다.


톰스보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더 간절했던 미켈슨은 4라운드에서 세 번이나 공동 선두가 됐으나 단 한번도 단독 선두로 나서지 못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4개홀이었다.


미켈슨은 15번홀(2백27야드) 그린사이드 러프에서 로브웨지샷을 버디로 연결시키며 그 홀에서 보기를 범한 톰스와 중간 합계 15언더파로 공동 선두가 됐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미켈슨은 16번홀(4백41야드)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약 15m 거리에서 한 첫 퍼팅이 너무 길어 3퍼팅을 한 것.


이날 미켈슨의 유일한 실수였으나 그것이 승부로 연결될 줄이야….


톰스가 1타 앞선 상황에서 18번홀(4백90야드)에 다다랐다.


길기도 하지만 그린 주변에 해저드가 많아 변수가 많은 홀.


미켈슨의 3번 우드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에,톰스의 드라이버샷은 오른쪽 짧은(퍼스트컷) 러프에 멈추었다.


톰스의 남은 거리는 2백10야드.


그는 전날 홀인원을 가져다 주었던 5번 우드를 빼들었다.


그러자 캐디 스콧이 "잘 맞아도 그린너머의 러프행"이라며 말렸다.


톰스는 안전하게 레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피칭웨지를 꺼냈고 볼은 약 1백20야드 전진,페어웨이에 멈췄다.


이번에는 미켈슨 차례.미켈슨은 홀까지 1백89야드를 남긴 상황에서 아이언으로 볼을 그린에 올렸다.


9m 버디 찬스.


톰스는 88야드 남은 상황에서 로브웨지 서드샷을 홀 3m 왼쪽에 갖다 놓았다.


퍼팅싸움만 남게 된 것.


먼저 미켈슨의 버디퍼팅은 데굴데굴 굴러갔으나 홀 앞 10㎝ 지점에서 멈춰 버렸다.


아쉬운 파.


'못넣어도 연장'이라는 여유를 갖게 된 톰스의 파퍼팅은 홀을 향해 곧바로 나아갔다.


볼이 홀 속으로 사라지기 전인데도 톰스는 성공을 예상한듯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의 제스처를 취했다.


메이저대회 첫승이자 통산 6승째.


톰스가 기록한 15언더파 2백65타는 메이저대회 사상 72홀 최소타수였다.


톰스는 93만6천달러(약 12억원)의 우승상금과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받았고 라이더컵 미국대표팀에 처음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