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옵션대출' 벤처 새 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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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텔은 MP3(음악파일)플레이어 및 반도체 설계 전문 벤처기업이다.
이 벤처기업은 휴대폰용 MP3 양산을 위해 올봄부터 창업투자회사들을 찾아다니면서 20억원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좋은 반응을 보였던 창업투자회사이면서 대주주이기도 했던 S창투와 I창투등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추가 투자를 거절했다.
뮤즈텔은 벤처캐피털(창투사 포함)업계에서 실망하고 은행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한미은행이 10억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조건은 연금리 7.75%의 옵션부 대출.
한미은행은 뮤즈텔이 코스닥에 상장(등록)될 경우에는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권(옵션)을 가지는 조건아래 비교적 싼 금리의 대출에 응한 것이다.
◇옵션부 대출이 늘어난다=대출금을 자본금(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이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돈줄로 부상하고 있다.
담보물 부족으로 은행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벤처기업에 요긴한 자금원이 될 수 있어 벤처CFO(재무책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옵션부 대출을 받은 뮤즈텔의 재무담당자는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기술을 평가받았다는 보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은행에 내면 현물담보 없이도 대출받을 수 있어 기술력에 자신 있는 벤처기업이라면 당장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실제로 옵션부 대출을 통해 '실탄'을 보충받는 벤처기업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오디오 칩 및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인 마인드텔은 CB(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신한은행에서 10억원을 빌렸다.
만기는 3년이지만 CB 발행 후 1년 지난 시점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붙었다.
이 회사는 3년에 걸쳐 개발한 오디오 칩을 생산할 자금이 필요해 자본유치 작업을 벌였었다.
15억원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기관들은 시장여건 악화를 이유로 대출 규모를 10억원으로 줄였다.
그나마 옵션부 대출이 이 10억원을 해결해준 셈이다.
마인드텔의 이상갑 과장은 "직접투자보다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우량 은행을 주주로 삼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수술용 봉합 실을 생산하는 업체인 아미티에(전주 소재)는 최근 기업은행으로부터 3억5천만원을 빌렸다.
금리는 연 7.7%.
만기(3년) 후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대출금을 액면가의 12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자본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 회사의 이병화 전무는 "매달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고 자금 조달이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터넷 교육방송업체인 딕투컴(5억원),자동차부품회사인 인벤스(8억원) 등도 옵션부 대출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벤처와 은행간의 윈윈게임=기업자금난 시기와 맞물려 옵션부 대출이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 '히트 상품'이 되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이 새로운 대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미은행이 지난해 옵션부 대출을 선보인 데 이어 기업 신한 한빛 은행 등이 이 대출방식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7월말까지의 옵션부 대출 취급실적을 보면 △한미은행이 4백10억원 △신한 1백8억원 △기업 85억원 △한빛 17억원 등이다.
한미은행 서초중앙 지점의 유범석 심사역은 "옵션부 대출은 벤처기업도 좋고 은행도 좋은 윈윈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벤처기업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십분 이용해 대출 금리와 옵션권에서 아주 유리한 조건을 붙여 결과적으로 벤처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