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축전행사에서 지난 89년에 이어 12년만에 평양을 찾은 임수경씨의 활동은 주목을 끌었다. 16일 오후 5시 45분께 '남북 공동예술공연'이 열린 봉화예술극장. 첫 순서로 남측가수 이정렬씨가 '소낙비' '내나라 내겨레'를 부른뒤 북측 공연 사회자는 "'통일의 꽃' 임수경 선생의 '꿈을 비는 마음' 시낭송이 있겠다"고 소개했다. 임씨의 공동행사 참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대에 설줄은 몰랐다는 남측 대표단과 해외동포 등 극장에 모인 3천여명은 '임수경'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무대에 선 임씨는 "지난 89년 평양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다가 8.15때 판문점을 거쳐 북에서 남으로 돌아갔던 심정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며 "그때 도와주었던 북녘 동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그녀는 "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을 (서울)시내 한복판을 걷다가 길가 상점의 텔레비전으로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또 "89년에는 만남 자체가 소중했지만, 지금은 만남을 어떻게 소중하게 가꿔 통일로 나아가는가가 중요하며 그런 만남 속에서 오해와 불신을 극복할 힘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행사가 잘 마무리돼 진정으로 통일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이어 "지난 89년 문익환 목사와 김일성 주석의 뜨거운 포옹장면이 생각난다"며 고 문 목사의 시 '꿈을 비는 마음'을 차분한 목소리로 낭송했다. 임씨는 15-16일 행사기간중 남북간, 남측 대표단 내부 간의 예민한 쟁점이었던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앞에서의 개.폐막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시종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다만 사석에서 "남측 대표단 집행부의 결정을 따랐다"며 "통일운동을 하는 우리가 분열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만 말했다. 89년 당시 남측 당국의 방북불허에도 불구하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대표 자격으로 단신 북녘에 왔던 임씨를 기억하고 있던 북측 관계자들은 임씨의 예상치못한 행동에 당혹해했고, 때로는 임씨와 북측 안내원 사이에 가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양=연합뉴스) 권경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