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뉴트렌드] (5) '거액자산가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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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A은행 본점 영업부 프라이빗뱅킹(PB)센터.
60대 초반의 고객이 은행원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말을 믿고 올초 단기상품에 돈을 맡겼는데 예금금리가 계속 떨어져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이 고객은 지난 2월초 4억원의 자금을 연리 5%의 3개월 단기상품에 맡겼다.
6개월간 이자는 1천만원.
당시 연리 7%였던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었다면 지금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1천4백만원에 달했을 것이다.
상품 선택을 잘못한 바람에 여섯달 동안 4백만원의 이자수입을 놓친 셈이다.
이제는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5%대까지 떨어져 예금 갈아타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종합관리해 주는 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자금을 어떻게 재투자할 것인지,현 자산구성은 괜찮은지 고객의 문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금리전망을 잘못해 고객들에게 단기상품 가입을 권유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거액자산가들이 금리변동에 민감해지면서 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마다 '큰손'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할 정도다.
하나은행 임동하 PB는 "거액자산가들은 평소에는 웬만한 수익률 차이에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만기가 되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거액자산가를 위한 재테크 방법으로 다양한 틈새상품을 적극 찾을 것을 권유했다.
부동산 주식 2금융권상품 외화예금 등에 자금을 분산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자녀 집마련에 대비한 주택 등 부동산 구입도 한 방법이고 외화예금에 가입해 이자를 받으면서 환율변동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또 상호신용금고나 종합금융사 등 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에 예금자보호한도인 5천만원 이내에서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부터 판매되고 있는 비과세 고수익고위험신탁도 처음 설정되는 펀드인 만큼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비과세한도인 1인당 3천만원까지 가족 명의로 분산 가입할 것을 그는 제안했다.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의 VIP코너 장민석 차장도 "지금은 거액자산가들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을 경우 우선 비과세되는 근로자주식저축 고수익고위험신탁 생계형저축 등 절세형상품에 가입한도까지 불입할 것을 권유했다.
남는 자산은 분리과세신탁에 40%,특정금전신탁에 30%의 비율로 나눠 운용하고 나머지 30%는 정기예금이나 환매채 등에 단기적으로 굴리면서 상황변화를 살피라는 것이다.
분리과세신탁에 가입하는 것은 올해 첫 시행되는 종합과세에 대비한 포석이다.
아직 이에 대비하지 못한 고객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로 떨어진 만큼 이에 붙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액자산가일수록 '세테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재테크전문가들은 거액자산가들에게 지금은 무엇보다도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전과 같은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인 점을 고객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
신한은행 장 차장은 "은행을 주로 거래하는 거액자산가들은 대부분 안정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당장 이탈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상품 등이 개발되면 먼저 권유해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