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41) B&F투자자문 대표. 국내 펀드매니저중 그만큼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그는 한국투신 펀드매니저 시절인 지난 92년 "SIT(Seoul International Trust)"라는 외수펀드의 운용을 맡았다. 그로부터 5년 뒤인 96년, SIT펀드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5년간 누적수익률 1위 펀드로 선정됐다. 지난 99년 3월에는 미국 펀드평가회사인 리퍼사로부터 10년간 누적수익률 1위 펀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경력을 가진 그가 올들어서는 줄곧 "입"을 다물었다. 어쩌다 입을 열면 "매도 관점에서 접근하라"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달라졌다. 자신있게 "긍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매수 관점"을 주장하고 있다. -시각이 바뀐 이유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변하고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경제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 두 가지다. 상반기에는 투자자의 기대감이 너무 컸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버블(거품)이 생기기도 했다. 이젠 달라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다. 투자자들도 경기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이런 심리적인 변화는 주가에 반영돼 상대적으로 하락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있다. 또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6개월 이후를 내다 본다면 주식을 사도 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올 들어 세 차례나 콜금리를 내렸지만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흔히 금리와 주가는 역관계라고 한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다. 그러나 짧게 끊어보면 금리와 주가가 반드시 역관계를 형성하는 건 아니다. 지난 97년의 경우 금리가 12월에 상투를 치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98년6월까지 동반 하락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금리는 작년 1월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 주가도 작년 내내 하락하다 올 1월에야 바닥을 쳤다. 이는 금리가 하락하자마자 주가가 오르는게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 주가가 오른다는 걸 뜻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제 금리 하락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때가 됐다" -그렇지만 아직 증시로 돈이 들어올 기미가 없는데. "모티브(계기)만 생기면 증시로 돈이 몰릴 것으로 본다. 은행 금리가 연 4%대로 하락하면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5% 수준)과 경제성장률(3~4%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채권금리(5% 안팎)는 낮은 수준이다. 금리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작은 만큼 채권투자의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다. 부동산에 일시적으로 돈이 몰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증시로 돈을 몰고 올만한 모티브는 무엇인가. "실물경기 회복조짐이 첫 번째다. 예컨대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오면 아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몰릴 것이다.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나 대우자동차 매각도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를 내는데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이제 완연한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얘기인지. "그렇지 않다. 3.4분기 중에는 종합주가지수 500~600선의 지루한 박스권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 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와 금리 하락, 국내주가의 저평가 정도를 감안할 때 하락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얘기다" -향후 주가흐름을 전망한다면. "4.4분기에는 일시적으로 700대까지 상승도 가능하다. 그러나 내년 중반께 반락을 거칠 전망이다. 본격적인 대세상승은 내년 말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올 것으로 본다" -어떤 종목을 사는 것이 좋을까. "현재로선 내수 관련 가치주 40%, 금융 및 건설주 40%, IT(정보기술) 관련주 20%가 적당하다. 그러나 서서히 내수 관련주의 비중을 줄이고 IT 관련주의 비중을 늘려가는게 좋다. 삼성전자의 경우 15만~20만원이면 비중을 늘릴 만하다. 건설주를 추천하는 것은 정부의 경기진작책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경기가 장기간 바닥을 헤매온 터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됐다. 살아남은 기업은 우량기업이고, 경기가 조금만 살아나면 상당한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