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거품론이 이틀째 조정으로 이어졌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가 입장을 번복, 인텔의 내년까지 수익전망을 낮춰잡은데 이어 화요일 뉴욕증시에서는 CSFB가 나섰다. CSFB는 지난 99년 이후 형성된 기술주 거품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주요 반도체 장비주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스닥지수는 사흘째 하락했다. 외국인은 나스닥지수를 따라 사흘째 매도우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은 1~4%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반등을 주도했던 통신, 은행, 증권, 건설주 등도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하락 반전하거나 시세 탄력이 둔화됐다. 이에 따라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주도주 마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반면 저금리와 이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대기,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 대중주, 한번 쉬어가나 = 최근 반등 장세 속에서 시세를 분출했던 증권주와 건설주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31일 이후 엿새째 오름세를 유지했던 증권업종 지수는 이날 상장 종목간 등락이 심하게 엇갈리면서 전날보다 0.38포인트, 0.03% 하락한 1,311.43을 기록, 약보합권으로 밀려났다. 건설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0.48% 오른 52.22로 장을 마감, 나흘째 오름세를 지켰지만 전날 오름폭에 비해 상승 탄력은 크게 둔화됐다. 이로 인해 이날 거래소 상승 종목이 334개에 그치는 등 시장 활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반도체, 통신, 은행주에 이어 힘겹게 발굴한 주도주를 또 다시 잃지나 않을까하는 우려가 짙어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급등에 대한 부담 및 차익 실현 욕구로 매물이 출회되면서 조정을 받았을 뿐 예단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전히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유동성 장세 기대가 유효하기 때문에 그 최대 수혜주가 될 증권, 건설주의 시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조정의 폭과 기간은 깊지도, 길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투신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모멘텀이 가시화될 시점이 임박했고 최근 재건축 등 건설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은 상황이라 주변 여건도 추가 상승에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경기 침체로 추세 전환이 지연되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정 때 마다 저점 매수 및 고점 매도 전략이 바람직 해 보인다. ◆ 보험, 하방 경직성 강화 나섰다 = 생명보험회사들이 역마진을 벌충하기 위해 주식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8월 들어 보험사들은 엿새째 매수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달 들어 누적 순매수 규모는 모두 693억원으로 개인, 외국인에 비해서도 많은 수준이다. 보험권의 매수 우위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수의 하방 경직성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자금운용 역마진 우려가 높은 보험권이 지속적으로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힐 전망이어서 주요 매수 주체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생명보험사들의 2/4분기 경영실적을 잠정 분석한 결과 이자율차익이 1,971억원으로 지난 해 2조7,696억원의 자금운용 역마진이 발생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고 밝혔다. 역마진 현상이 일시적이나마 해소된 것은 주가 상승에 따른 주가평가익 실현이 주 요인인 것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주가 향배가 금리 역마진 현상 해소 여부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옵션만기일 부담은 = 7월물 옵션만기일에 따른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7일 현재 매수차익거래잔고가 1,878억원으로 크지 않은 데다 이날 현물 약세로 시장베이시스가 큰 폭 축소되면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기 때문이다. 만약 9일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로 전환, 유지된다면 신규 매수차익거래 및 기존 물량의 롤오버를 유도할 가능성도 클 전망이다. 그러나 통상 만기일 당일 비신고 물량이 1,000억원 가량 출회됐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9일에도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필요할 듯 싶다. 8일 뉴욕 증시는 전날 장 마감 뒤 이번 분기도 매출 부진을 경고한 시스코로 인해 하향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2시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이 배포된다. 미국 12개 연방은행이 지역별 경기동향을 진단한 베이지북은 오는 21일 금리인하에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