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이나 3,4호선을 타고 다니는 승객들은 광고와 뉴스정보 등을 제공하는 동영상 모니터를 볼 때가 있다. 또 새마을호를 이용해본 사람들도 이같은 모니터를 통해 여행의 무료함을 달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엔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자꾸 볼수록 전혀 이상할게 없는, 오히려 디지털시대에 너무도 어울리는 것 같은 모니터다. 이 모니터를 설치한 기업이 바로 코모넷(대표 이상엽). 이 회사는 99년 8월 설립돼 열차와 지하철 등의 내부에 15.7인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를 설치하고 이동방송 서비스를 실시,요즘 주목받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이동방송서비스라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선보인 배경에 대해 이 대표는 "80년대 중반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대대적인 통신변혁 바람을 경험한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에선 케이블방송이 등장했고 통신시장 또한 다변화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국내에 돌아와 통신과 방송을 접목시킨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이미 업체 선정이 끝난 상태였다. 물론 자본도 부족했다. 그는 "HK텔레콤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97년 별정통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한계를 느껴 남들이 안하는 사업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그래서 나온 것이 이동방송 사업"이라고 말했다. 코모넷은 작년 6월 새마을호 열차에서 이동방송을 처음 선보였다. 지금은 전체 새마을호의 60% 가량인 45편에서 이동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무궁화호에서도 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지난 6월부터는 철도청 산하의 지하철 1,3,4호선(총 13편)에서도 이동방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코모넷은 철도청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말까지 1백70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코모넷은 지난 1월 미국의 워버그핀커스(3백50만달러)와 포스텍기술투자(12억원) 등으로부터 54억원을 투자받았다. 작년 11월엔 SK텔레콤으로부터 7억2천만원을 유치하는 등 사업확장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해둔 상태다. 그렇다고 코모넷이 "육체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 패널은 LG전자로부터 구입하고 모니터 테두리의 경우 하청업체를 통해 제작한다. 모니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입히는 강화유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관련 기술.디자인 등에 관한 아이디어는 코모넷에서 제공한다. 코모넷이 무엇보다 신경쓰는 부분은 콘텐츠. 코모넷은 1회 평균탑승시간이 25분인 지하철 이용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시간대별로 탑승하는 승객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10분 내외의 속도감있는 프로그램들로 편성, 방송하고 있다. 뉴스 증권시황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스포츠하이라이트 영화예고 등이 7분을 차지하고 동영상광고에는 3분가량이 할애된다. 물론 출근시간이냐 낮시간이냐에 따라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코모넷은 승객들의 눈길을 더 붙잡기 위해 방송국과 제휴해 프로그램을 공급받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코모넷은 또 열차 1량을 통째로 개봉영화관처럼 꾸며 운영하는 영화전용열차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지하철영화제나 지하철퀴즈대회, 사랑의 프로포즈 등 다양한 이벤트도 기획중이다. 이 대표는 "이동방송 서비스는 열차와 지하철 문화의 장을 한 단계 넓혀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02)508-6633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