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感)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저가매수론에 사들인 주가가 손 위의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주가는 여름 랠리 가능성이 자취를 감추면서 고스란히 4월 상승분을 반납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이날까지 나흘간 520선에서 지지력을 보이면서 바닥론과 저가매수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빠져봐야 어디까지 가겠느냐는 바닥임박론도 들린다. 목요일 증시가 바닥다지기를 시도하면서 5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자 단기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은 더 힘을 얻었다. 26일 반등이 기술적인 성격이었지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물론 여기에는 기업실적 악화, 업황호전 지연 등 노출된 악재가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선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비교적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닉스로 인해 다소 왜곡되기도 했으나 거래량이 지난 5일 저점을 확인한 이후 꾸준히 2억주를 넘어서고 있다. 또 매도에 열심이었던 외국인이 이틀째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이 확인된 상태가 아니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뉴욕증시 상승, 나스닥선물 강세, 외국인 매수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이 3포인트에 그쳤다. 시장 체력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등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며 단기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뉴욕증시도 동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욱 보수적인 시장 관계자들은 연초 저점인 500이나 지난 4월의 491보다 나아진 것이 없어 520은 커녕 500선 지지력도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두 차례 랠리를 주도하던 금리인하나 경기회복 기대감이 밑천을 드러낸 만큼 더 아래쪽으로의 이동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27일 증시도 이같은 견해가 맞서는 가운데 좁은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힘있는 변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목요일 뉴욕 증시도 다음날 발표되는 2/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기다리는 관망세가 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분기 1.2%에서 2분기에는 1%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망치의 상단부인 1%대를 유지한다해도 큰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4월 말 2.0%로 높게 추계되면서 증시에 상승 기운을 불어넣었다가 결국 1.2%로 확정집계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래로 0.5%까지 전망되는 만큼 경기 침체 우려를 확인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만의 하나, 2/4분기 GDP성장률이 1/4분기 수준으로 추계돼 증시를 치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차분히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래저래 매수기회를 잡기 힘든 여름장세다. 이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경우 느긋하게 다가오는 8월로 매수타이밍을 늦추는 편이 바람직하다. 목요일 뉴욕에서는 6월 내구재 주문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나온다. 둘 다 다소 감소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지표인 만큼 수치 자체보다는 받아들이는 시장 심리가 관건이다. 일련의 기업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장 종료 후에는 퀄컴과 JDS유니페이스 등이 지난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시간외거래는 지난주와 달리 정규거래의 분위기를 반전하지 않았다. 목요일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6월 산업활동동향이 기다리고 있다.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반도체 등 수출부진으로 수출출하가 101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미국경제 회복과 정보기술 관련 제품 수출회복이 더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상승 모멘텀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