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서 로컬(Local)로" 세계 청량음료 시장의 공룡인 코카콜라가 수십년 동안 흔들림 없이 밀고 나왔던 영업 전략을 일본시장에서 전환, 그 배경과 앞으로의 효과가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미국 애틀란타에 본거지를 둔 코카콜라는 시장이 어느 나라에 있건 광고 제품전략 등에서 철저한 일원화를 기본 축으로 삼아 왔다. 아시아에서 팔리는 제품이든 유럽이나 남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든 모든 코카콜라의 광고는 "산뜻하고 상쾌한 맛"을 첫번째 컨셉트로 내세웠다. 콜라 원액을 미국 본사가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어디서 마시더라도 맛 차이도 거의 없고 용기 디자인도 똑같았다. 그러나 올 여름부터 일본시장에서는 '산뜻하고 상쾌한 맛'의 광고 카피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노 리즌(No Reason)'의 선전문구가 채우고 있다. 인기 최정상의 대중가수를 모델로 등장시켜 '그저 아무 이유없이 마시고 싶은 음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61년에 등장한 후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것처럼 전세계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광고 카피를 40년 만에 포기하고 첫 무대로 일본 시장을 택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작년 한햇동안 약 16억상자(3백50㎖ 캔 24개들이)의 청량음료가 팔렸다. 일본 최대의 청량음료 업체인 일본코카콜라 그룹도 모두 5억상자를 팔았지만 이중 탄산음료는 1억5천만상자에 머물렀다. 일본의 콜라 판매비중이 전세계 평균치에 못미친 것은 차를 많이 마시는 국민들의 음용습관이 큰 원인인 것으로 관측된다. 코카콜라는 그러나 나라별 소비 행태를 무시한 채 어디서나 동일한 컨셉트의 광고를 내보냈던 마케팅 전략에도 미스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80년대 말 일본 코카콜라 사장을 지낸 더글러스 대프트 미국 본사 회장이 직접 나서 일본을 첫 케이스로 글로벌 전략을 '로컬'로 수정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영업방식에도 메스를 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일본의 15개 보틀러 회사 재편작업을 단행, 통합 회사에 본사 자금을 투입했었다.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본사가 일본시장을 직접 챙기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일본측 대주주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일본 사정을 무시한 재편이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 현지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쪽으로 통합작업의 방향을 틀었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28일 일본 중부지방의 보틀러 2개사를 합치는 과정에서 출자대신 지주회사를 신설해 도쿄증시에 상장시켰다. 미국을 대표하는 최강의 글로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일본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