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的아웃사이더 "나는 누군가" .. '노랑머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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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상상을 접자.불순한 기대도 집어치우자. 하리수 주연의 "노랑머리2"(감독 김유민.제작 픽션뱅크)에는 "트랜스젠더(성전환)"를 둘러싼 천박한 호기심이나 값싼 관음욕을 채워줄 "서비스"따위는 없다.
"노랑머리2"는 등급보류로 흥행에 상당한 덕을 봤던 "노랑머리"의 김유민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다시 맡은 작품.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성적 마이너"들이 뜻밖에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하다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일단 "하리수"라는 자극적인 인물을 앞세워 한몫보겠다는 약삭빠른 계산속이리라거나 "아웃사이더"를 빙자해 과도한 일탈을 포장했으리라는 섣부른 예단을 깨끗이 물리친다.
선정적이기보다 되려 단정한 영화는 연민어린 시선으로 주류에서 배척당한 마이너들의 상처받은 내면에 깊이 다가선다.
비교적 충실한 이야기 구조속에 충분친 않더라도 비뚤어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소수자들에 대한 진지한 위무도 감지된다.
중심인물은 연예인을 꿈꾸는 편의점 여종업원 Y(신 이),낮에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밤에는 카페 가수로 일하는 트랜스젠더 J(하리수),밤낮없이 캠코더를 들고다니며 "진짜"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영화과 남학생 R이다.
예쁘장한 Y는 돈을 억수로 버는 스타가 꿈이지만 매니저에게 "단물"만 빨린다.
허황된 꿈을 접고 돈이나 벌겠다는 Y에게 매니저는 자신과의 정사장면을 찍은 필름을 들이대며 협박을 한다.
점잖아뵈는 편의점 주인에게 도움을 청하자 댓가로 섹스를 요구한다.
사실은 편의점 탈의실에 카메라를 달아놓고 Y의 벗은 몸을 훔쳐보던,똑같은 종류다.
J는 뭇여성의 눈길마저 빼앗을 만큼 매혹적인 여자."자신안의 남자를 버려 조물주에게 반항한" 트랜스젠더다.
2군 야구선수 M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날 들이닥친 M의 부모로부터 치욕을 당한다.
M 또한 "부모"로 대변되는 중심 이데올로기앞에 무력한 남자일 뿐."난 외계인이다..."라고 읊조리는 J의 독백에는 "거부당한 자"로서의 처절한 절망이 흐른다.
남자인 R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에서 비껴있긴 마찬가지다.
J가 주민증을 요구하는 편의점 주인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려치고 "살인(?)"의 공범이 된 Y와 R는 함께 도피에 나선다.
J가 틈만나면 들고 치는 맥주병은 왜곡된 권위와 엄숙주의,배타적인 사회를 향한 비주류들의 절규일 터다.
하지만 영화는 전복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죽음으로 끝나는 허망한 종국은 "델마와 루이스"에서처럼 파국으로 이르기 직전 하늘로 날아가는 찰나의 쾌감마저 주지 않는다.
결국 여자들을 떠난 남자 R처럼 진심으로 이해했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애쓰는 영화.하지만 그 노력만큼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하다.
하리수도 꽤 성실하게 연기했고 국립극단 출신의 신인 여배우 신 이도 호연했다.
18세가. 21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