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문제와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을 둘러싼 갈등과 반세계화 시위, 빈곤국가지원문제 등 산적한 난제를 안고 20-2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미사일방어와 기후변화협약에 대해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럽과 러시아, 일본 등 다른 정상들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가 계속 심화되고 있어 경제 회생대책이 주요 의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정상들이 이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기금 조성 등 일부 의제를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과격한 반세계화세력에 폭력시위의 장만 마련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달라진 G8 정상회담 배경 = 지난해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이후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이 크게 변해 제노바G8 정상회담 양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면에서는 오랜 호황이 끝나고 세계경제에 경기후퇴의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미국은 경기후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유럽 경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다시 경기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면에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새로이 G8정상외교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8년 간 재임하면서 견지해온 국방과 환경, 무역 정책 등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내세우면서 러시아는 물론 우방국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주요 의제 =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세계 경제회복 방안과 경제 위기 예방 대책, 빈곤국가 지원 문제 등 경제 문제가 중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와 교토의정서 이행 거부를 둘러싼 이견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현재의 세계경제 후퇴국면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력 강화에 주력키로 약속하는 등 국제적 협력을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G8 정상들은 또 빈곤국가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EU는 무역자유화 촉진을 위한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 무역자유화 회의 개최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들이 구체적인 경제회복 방안이나 개발도상국 지원에 대해 합의를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G8 정상들은 유럽의 이자율 인하 등국가간 이견이 큰 중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추진문제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이행거부를 둘러싼 논란, 한반도 평화정착과 중동사태, 발칸반도 문제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사일방어 추진과 교토의정서 이행 거부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해 러시아와 유럽 국가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방어 추진과 관련 "러시아는 미국의 적국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은 세계 안보의 근간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또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교토의정서 이행 거부를 선언한 뒤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히 비난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교토의정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G8 정상들은 또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중동사태, 발칸분쟁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진전이 기대 되는 의제는 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 등의 질병 퇴치를 위한 기금 조성문제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각각 2억달러를 기부했으며 독일이 1억3천100만 달러, 프랑스가 1억2천700만 달러, 영국이 1억 달러의 질병퇴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반세계화 시위 = G8 정상회담을 전후해 10만여 명에 이르는 반세계화 시위대가 제노바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는 물론 정상회담 참가국들이긴장하고 있다. 특히 함께 지난 16일에는 제노바의 한 경찰서에서 우편물 폭탄이 폭발해 경관 1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 제노바 당국이 비상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반세계화 단체들은 G8이 자본주의를 무제한 확산시켜 노동쳄揚?불안하게 하고농민을 착취하며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옹호한다 비난하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에서 독일 무정부주의자에 이르는 이런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이동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 전세계의 반세계화 시위대를 모으고 있다. 일부 호전적인 반세계화 시위대는 경찰과 거리에서 싸움을 벌이기 위해 방패와헬멧, 가스마스크로 무장하고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폭력시위를 막기 위해 철거했던 국경검문소를 다시세웠으며 회의기간에는 정상회담 장소 주변 4㎢ 지역을 '적색지대'로 정하고 경찰과군인 등 1만5천 명 배치해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예방대책에도 불구하고 G8 정상들이 제노바 도심의 회의장 대신 항구의 선박에서 선상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제노바 AP.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