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스토리] 여대생들의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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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선(19)씨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 산자락에 사는 여대생이다.
여름방학이면 많은 대학생들이 배낭을 메고 지리산을 찾아오지만 그녀는 오히려 "중활(대학생 중소기업현장 체험활동)"에 참여해 서울의 벤처기업에서 땀을 흘려보기로 했다.
거창전문대 산업디장인학과 2학년인 그녀는 운좋게도 서울 역삼동에 있는 차세대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아파치커뮤니케이션(대표 이종구)에서 한달간 중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서울에 친인척이 아무도 없어 기거할 곳이 막막했다.
이 사실을 이종구 사장에게 얘기하자 그는 선뜻 자신이 사는 평촌 신도시 한마음아파트의 빈방 하나를 쓸 수 있게 해줬다.
그러자 지리산 산골에 사는 그녀의 어머니가 이 사실에 감동해 시골 쌀 한가마니를 4개의 포대에 나눠 서울로 부쳐 왔다.
쌀포대 속엔 철부지 딸아이를 잘 지도해달라는 어머니의 애틋한 편지도 들어있었다.
"농활"이 중활로 바뀌었지만 농촌의 풋풋한 인정이 한여름 벤처업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고 있다.
역시 이 회사에서 중활을 시작한 덕성여대 전산학과 4학년인 안혜준(21)씨는 올 여름방학엔 꼭 유럽배낭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그러나 졸업반인 그녀에겐 걱정거리가 있었다.
앞으로의 취업을 위해 토익(TOEIC)과 자바(JAVA)를 마스터해야만 했다.
배낭이냐,토익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는 우연히 신문에서 중활 기사를 읽고 중소기업청에 참여신청서를 냈다.
웹디자인팀에 배치된 그녀는 중활동료인 이현석(26.인하대 4학년)씨와 이정은(22.동국대 3학년)씨 등과 손발을 맞춰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디자인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그동안 자신이 전혀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됐다.
사실 안혜준씨는 어릴때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버지 안봉상씨가 대광고 교사인데다 어머니도 중경고 교사여서 당연히 교사가 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활에 참여하면서 교사를 하지 않고서도 꿈을 이룰 수 있겠구나란 판단이 생겼다.
이 회사의 이종구 사장은 그녀가 원한다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여름방학동안 우연히 참여한 "중활"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미국에선 중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Entreprenuership)"이란 교과서로 중소기업이념을 가르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대학생이 돼도 교양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뭔지를 가르치는 곳이 없다.
때문에 이번 중활은 중소기업을 잘 모르던 많은 여대생들이 진로를 바꿔나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지리산에 살아도 벤처마인드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올 여름방학 중활지원대학생 5천3백명중에 여학생이 절반을 훨씬 넘는 2천8백명이었다는 것도 여대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얼마나 높은 관심을 가졌는지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