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다시 달러라이제이션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최근 개도국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게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아시아 통화들은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에다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동반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97년 하반기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도 미국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아 경제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헤지펀드들의 활동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뉴욕 월가에 소재한 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은 최근 헤지펀드의 투자원금은 모두 4천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선진국이 중심이 돼 논의해 왔던 위기재발 방지책이 어느 하나 구체화되지 않는 것도 개별국가 차원에서 달러라이제이션을 고려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세계금융기구(WFA) 창설을 비롯해 상시적인 금융협의체인 금융안정포럼(FSF), 단일통화 도입, 인접국간의 외자융통계획인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등이 논의돼 왔다. 그러나 오히려 올들어 세계 각국간의 관계에 있어 경제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공동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초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도입한 에콰도르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여건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고질적인 외환위기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는 개도국들이 경제주권 포기라는 국민들의 비난속에서도 공식통화로 자국통화를 포기하고 미 달러화를 도입하는 달러라이제이션에 계속 미련을 두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