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박사의 '테크노믹스'] '번들링'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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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새 PC운영체계인 "윈도 XP"가 출시되기도 전에 번들링(bundling) 문제로 독점 논란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16개주 법무부 장관들이 "MS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윈도 XP에 번들링하는 것은 또다른 독점화 기도"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MS는 현재 윈도에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파는 번들링으로 미 법원에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상태다.
미 항소법원은 조만간 하급법원의 MS 회사분할 판결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최근 뉴스의 초점이 됐던 MS와 AOL사간 갈등도 따지고 보면 번들링에 대한 시각차가 원인이다.
MS가 윈도 XP를 통해 AOL의 인터넷 서비스,음악,인스턴트 메시징 시장마저 뒤흔드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나온 것이다.
번들링은 왜 논란이 되는 걸까.
처음 불을 지핀 것은 "지렛대 이론(Leverage Theory)"이다.
주상품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번들링을 통해 보완재 시장의 독점까지 기도,기업 이윤은 늘어나지만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는 반독점당국이 번들링을 반경쟁적 행위로 보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70년대말 "시카고 학파"는 이 이론을 반박하고 나선다.
주상품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번들링으로 완전경쟁적인 보완재 시장을 독점할 수는 있어도 이윤을 증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번들링은 소비자도 이익을 보는 가격차별이거나 경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지렛대 이론에서 발전한 "전략적 봉쇄이론"의 도전을 받게 된다.
보완재 시장이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과점적 구조이면 주상품 시장의 독점기업이 더 큰 이윤을 노려 반경쟁적 번들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쟁기업이 주상품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미리 막을 목적으로 번들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금 MS의 번들링에 대한 우려와 논쟁의 배경에는 이런 이론적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MS 입장에서 본다면 지렛대 이론이나 전통적 봉쇄이론은 불리하고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나름대로 유리한 셈이다.
번들링이 한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순순한 기술적 목적에서 나온 번들링이면 정부나 법원이 쓸데없는 개입을 하지 않는게 좋다.
기술혁신만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경쟁적이거나 경쟁중립적인 전략에서 비롯된 번들링이면 소비자 편익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반경쟁적인 전략에서 나온 번들링이면 방치해선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MS처럼 IT분야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번들링에는 기술적 이유와 전략적 요인이 뒤엉켜 있어서다.
그러니 경쟁당국이나 법원의 판단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미 16개주 법무부 장관들이 "MS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윈도 XP에 번들링하는 것은 또다른 독점화 기도"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MS는 현재 윈도에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파는 번들링으로 미 법원에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된 상태다.
미 항소법원은 조만간 하급법원의 MS 회사분할 판결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최근 뉴스의 초점이 됐던 MS와 AOL사간 갈등도 따지고 보면 번들링에 대한 시각차가 원인이다.
MS가 윈도 XP를 통해 AOL의 인터넷 서비스,음악,인스턴트 메시징 시장마저 뒤흔드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나온 것이다.
번들링은 왜 논란이 되는 걸까.
처음 불을 지핀 것은 "지렛대 이론(Leverage Theory)"이다.
주상품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번들링을 통해 보완재 시장의 독점까지 기도,기업 이윤은 늘어나지만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는 반독점당국이 번들링을 반경쟁적 행위로 보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70년대말 "시카고 학파"는 이 이론을 반박하고 나선다.
주상품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번들링으로 완전경쟁적인 보완재 시장을 독점할 수는 있어도 이윤을 증대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번들링은 소비자도 이익을 보는 가격차별이거나 경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지렛대 이론에서 발전한 "전략적 봉쇄이론"의 도전을 받게 된다.
보완재 시장이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과점적 구조이면 주상품 시장의 독점기업이 더 큰 이윤을 노려 반경쟁적 번들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쟁기업이 주상품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미리 막을 목적으로 번들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금 MS의 번들링에 대한 우려와 논쟁의 배경에는 이런 이론적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MS 입장에서 본다면 지렛대 이론이나 전통적 봉쇄이론은 불리하고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나름대로 유리한 셈이다.
번들링이 한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순순한 기술적 목적에서 나온 번들링이면 정부나 법원이 쓸데없는 개입을 하지 않는게 좋다.
기술혁신만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경쟁적이거나 경쟁중립적인 전략에서 비롯된 번들링이면 소비자 편익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반경쟁적인 전략에서 나온 번들링이면 방치해선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MS처럼 IT분야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번들링에는 기술적 이유와 전략적 요인이 뒤엉켜 있어서다.
그러니 경쟁당국이나 법원의 판단도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