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팽팽한 세력다툼 속 박스권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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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의 세력판도가 명확해졌다. 누가 세력 확장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장중 환율 흐름이 판가름난다.
엔화 약세에 따른 상승요인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의 대기매물에 의한 하락요인이 바로 그 주인공.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의 관전포인트는 '엔 약세에 맞서는 공급물량의 방어전'이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창'이라면 공급물량은 '방패'인 셈.
거래범위는 1,300원이 단단해진 가운데 '1,295∼1,315원'으로 박스권이 상향조정됐다. 그만큼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수급상황을 감안한 트렌드에 비해 엔화 요인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한다.
FDI에 의한 하락요인은 그에 비해 처진 입장이다.
시장심리는 순간순간 드러나는 분위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월말장세에 따른 네고물량 출회, 반기말 결제수요 등의 수급요인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엔화 약세는 현재진행형 = 시장거래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달러/엔 환율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까'하는 것이다.
지난 한 주 가파르게 진행된 달러/엔 상승세는 124.74엔까지 다다라 2달 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기록했었다. 기간조정을 거두고 일본 경제의 침체 우려감 증폭은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 일본의 4월 산업지수가 악화되고 5월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든 것을 비롯,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 방안 발표는 일본 경제의 추가 악화 가능성을 점치도록 했다.
특히 백악관 경제보좌관 로렌스 린지가 "인위적인 엔 약세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일본 구조개혁의 결과로 엔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이 미국의 엔화 약세에 대한 입장을 내비췄다.
오닐 재무장관은 전미제조업협회(NAM)의 달러 강세 정책에 대한 반발과 로비에도 불구, 지난주 말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정책 기조의 변경이 없을 것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주 달러/엔은 125엔을 돌파하고 추가 상승의 길을 틀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유로화 약세의 영향으로 118엔대까지 찍기도 했던 달러/엔은 위로 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분히 축적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기적으로 지난 4월 2일 기록한 전 고점 126.70엔은 이번 상승 기조에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 정부는 주변국이나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엔화 약세가 자국 경제에 이익이 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128∼130엔까지 갈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이번 주에는 다소간의 조정을 더 거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FRB의 금리인하폭도 엔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악화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가 쉽게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엔화 약세의 진전이 다소 멈칫하더라도 지난주 말 원/100엔 환율이 1,047.10원까지 내려서 있어 올 들어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달러/원이 달러/엔 오름폭을 미처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이같은 갭이 얼마나 메워질 지 관건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같은 원-엔 사이 비율이라면 정유업체 등의 결제수요가 적극적으로 나올만한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 공급물량 뒷받침할 수 있을까 = 엔화 약세의 진행을 가로막을 요인은 국내 수급 상황이다. 최근 물량이 적극적으로 공급되면서 공급우위의 장세는 뚜렷하게 시장에 각인돼 있다.
지난주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발행에 따른 달러 공급이 환율을 아래쪽으로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었음에도 불구, 엔 약세의 진행에 밀렸다. 하이닉스가 각 은행별 인수도조건 외상어음(D/A)한도 비율이나 여신 비율 등을 감안, 분산 매도했던 탓에 장에 가하는 충격은 크지 않았던 것. LG LCD의 외자유치 물량도 틈틈이 가세했다.
이번주에도 하이닉스 물량은 압박감으로 존재하고 있다. 일부에서 대부분 다 소화됐다는 얘기도 있으나 환율 수준을 보고 물량 출회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DR발행분중 6억달러 정도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국내 인수분 1억달러를 제하면 5억달러 가량이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며 "지난 주 2억달러가 나와 나머지가 분산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LG LCD나 두산의 OB맥주 지분매각에 따른 FDI자금도 변수다. 또 2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통신의 DR발행도 예정돼 있고 말만 무성한 SK텔레콤의 외자유치는 이번 주 NTT도코모의 주총과 관련,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월말장세를 맞은 네고물량의 출회도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20일 현재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 줄고 넉달째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공급은 자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엔화 약세가 진전되고 있어 환율 상승을 기대한 업체들이 달러 보유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FDI자금이나 네고물량은 엔 향방에 따라 그 규모나 출회 여부가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반기말을 맞은 결제수요 등장도 예상되고 있다. 외화예금 잔액이 커 적극적인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으나 포철이 대지급해야 하는 포스벤 자금 등의 숨겨진 수요와 반기 결산 등을 앞둔 공기업이나 은행권의 수요가 좀 더 앞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심리는 어느 때보다 흔들리기 쉬운 형편이다. 엔화 약세가 시장 심리를 좌지우지 하겠지만 조정과정을 거칠 경우 물량에 의한 급락의 위험도 안고 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