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이슈탐구'] '물가안정목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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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2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금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4%(근원물가 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98년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목표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란 중앙은행이 정부와 협의하여 정한 물가안정목표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책임(Accountability)을 묻겠다는 취지에서다.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시행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97년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래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운영실적을 보면 매년 목표를 여유있게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8년에는 목표 9±1%에 실적 7.5%, 99년 3±1%에 0.8%, 2000년 2.5 ±1%에 1.8%를 각각 달성했다.
금년도 목표는 3±1%로 설정돼 있으나 5월말 현재 5.3%를 기록중이다.
물가오름세가 둔화돼 4/4분기중 3%대로 안정되더라도 상반기중의 높은 상승으로 연간으로는 4%를 넘을 것이라는게 한은의 전망이다.
비록 금년도 목표달성에 실패하더라도 물가안정목표제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착실히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실적면에서의 3년 연속 목표달성은 물론이고 운용체제 면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의 자율성이 크게 높아져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보강됐고, 운용방식에 있어서도 중기목표(2.5%)를 병행설정하고 근원 물가상승률(곡물 이외의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로 전환해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실감 있는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실제운용에 있어서는 단년도 물가안정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통화정책을 경제현실과 동떨어지게 운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화정책은 시계(time horizon)를 길게 보고 운용할 필요가 있으나 책임을 의식해 단년도 목표달성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쉽다.
이는 한은 스스로가 5~6%의 잠재성장률을 보유한 우리 경제의 금년도 성장률이 3.8%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물가불안을 이유로 콜금리를 내리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금년도 물가는 한해만 놓고 보면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2년 물가상승률이 각각 0.8%, 1.8%에 불과해 3년의 시계에서 보면 한은이 설정한 중장기 목표 2.5%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안정 보다는 경기회복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할 때라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의 물가불안이 환율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총수요 증가와 무관한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하반기 이후에는 나아질 것이라던 미국 등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 대한 회복전망도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에서 금년 4/4분기 또는 내년 초에도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콜금리 인하에 더이상 주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물가안정목표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경제가 안정의 토대위에서 중장기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경직적인 물가안정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이 경제현실과 동떨어지게 운용되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때마침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마련중에 있다.
한은은 차제에 현재의 통화정책기조가 경제현실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 같이 중기물가목표만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