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발전이 여러 변화를 몰고 왔지만 그중에는 기업의 전문적 경영기법에 대한 컨설팅 수요 급증을 빼 놓을 수 없다.

IT는 기업경영환경을 과거와 다르게 변화시켜 놓았다.

기업의 과학적 경영관리 기법에 대한 수요는 1920년대에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기업 경영컨설팅 시장은 90년대 초반부터 여타 경영서비스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IT의 발전이 가속화된 90년대 중반부터 이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업경영 컨설팅의 범위를 좁게 정의하더라도 1996년에 이미 세계시장은 4백억달러를 넘어 섰다.

그후 시장은 거의 두자리수 성장세를 보여 준다.

특히 지식기반사회가 강조되면서 컨설팅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국내 1백50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 이상이 컨설팅 비용이 비싸다고 응답한 것이다.

컨설팅 결과에 대해서는 "그저 그렇다"와 "불만족"이 58%였다.

그래선지 컨설팅 결과를 사업에 반영하는 비율도 60%에 못미쳤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컨설팅에 대해 비용만 높지 신뢰할게 못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컨설팅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두가지 본질적인 문제를 암시하고 있다.

하나는 국내 기업들이 컨설팅에 대한 평가에 여전히 인색하다는 점이다.

다른 기회비용을 감안할때 컨설팅 비용이 높다고 보는 것도 그렇고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결과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점 또한 그렇다.

국내 컨설팅업계의 취약한 경쟁력은 이런 시각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다른 한가지는 실제로 비용이 비싼 반면 컨설팅의 질은 형편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컨설팅 시장의 경쟁판도는 사실상 독과점적 구조다.

고급 컨설팅 시장은 더욱 그렇다.

실제로 시장의 상당부분은 몇몇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휩쓸고 있다.

시장지배력에 더해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과대평가 또한 이들의 영향력을 높여 주기에 충분하다.

독과점은 자연스레 비싼 가격과 낮은 질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전경련과 더불어 국가 e비즈 전략을 미국계 컨설팅에 비싼 값에 용역을 줬지만 질에 대한 회의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따져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어쨌든 상반된 두가지 모습은 우리 컨설팅 산업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지적서비스 생산에 대한 인색한 평가,독과점적 경쟁구조,지적사대주의로 얼룩진 컨설팅시장의 현실을 한번쯤 되돌아 볼 때가 됐다.

전문위원 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