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북-미접촉 시작을 계기로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관계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그동안 엇갈린 반응을 보여왔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남북관계 진전및 한반도 평화공존에 적극적인 진보주의적 대북협상론자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북-미대화가 잠시동안 유보돼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화해기류에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남북대화가 중단된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김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과 이후 진행된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한 후속조치로 잘 나가던 남북대화가 보수강성기조의 미 공화당 정부 출현으로 지연케됐다는 것. 다만 지난해 6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그 직전에 뉴욕에서 부시 행정부 출범후 첫 북-미간 접촉이 이뤄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이 이들 대북 적극협상론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4일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엇갈려있다"며 "북-미대화의 중단으로 남북대화가 끊긴데 대해 실망감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은 이제 북-미접촉이 시작된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철(梁性喆) 주미대사는 "그동안 시간을 잃은 것은 안타깝지만 시간을 잃은 만큼 북한이 좀 더 발빠르고 진지하게 대화에 호응하기를 바란다"며 북한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반면 부시 행정부로서는 한승수(韓昇洙) 외무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간 한미외무장관회담에서 발표한 대로 남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적극 지지하지만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대북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공화당 정부로서는 자신들이 이른바 "불량국가"로 지목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않다는 입장이다.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대북대화 신중론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4개월여에 걸친 대북정책 재검토는 시간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전정지작업을 철저하게 하기 위한 필요한 준비절차로 여기고 있다고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그같은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 한.미.일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고 대북협상을 위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대북협상에 임함에 있어 더 이상 '주고 받는 식'이 아니라 "포괄적 접근방식'에 의한 상호주의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키로 함으로써 향후 북-미대화및 남북대화의 큰 틀을 마련했다는 것. 위싱턴의 믿을만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뉴욕에서 시작된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간 접촉이 조만간 베를린 등 서로 편리한 장소에서 고위급 회담으로 격상돼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이 고위 외교수식통은 그렇게 되더라도 북-미 고위급회담에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는 토를 달았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 김정일체제에 대한 불신을 견지, 대북강경협상자세를 누그뜨리지 않고 있는데다 북한측에도 또한 돌출변수가 적지 않아 현단계에서 북-미협상의 전도를 낙관하기는 빠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미 고위급회담이 재개되면 이는 결국 남북대화 재개에도 새 전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북-미 대화간 진전속도 등 향후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뉴욕에서의 북-미간 첫 준비접촉이 종국적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