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Impact! 외국자본] <2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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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산업토양이 바뀐다 - (1) '동북아 거점의 허실' ]
지난달 11일 하와이에서 열렸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서 진념 재경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면 동북아 생산기지로 육성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GM과 가격조건 등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우공장들을 동아시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서 팔겠다는 얘기다.
진념 장관의 말대로 대우공장들이 세계최대 자동차회사의 아시아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할 경우 대우차는 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을 보장받고 한국은 일본에 필적하는 자동차공업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GM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설사 매각조건에 단서조항을 단다고 하더라도 GM이 장래에 "한국에서의 생산은 경쟁력이 없어 대우를 동아시아 거점으로 키운다는 당초 방침을 철회한다"고 하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는 나라 치고 자국을 지역 거점으로 삼아주도록 희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하지만 희망을 현실로 만든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다국적기업들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 진출지역이나 나라의 경기상황 등에 따라 가차없이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다국적기업의 거점 육성을 가장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영국조차도 최근 포드 GM BMW 등의 잇따른 철수및 생산축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을 정도다.
◆ 기대에 못미치는 현실 =세계적 전기전자종합메이커인 독일 지멘스의 정보통신그룹 CEO인 루디 람프레이트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에서의 성공을 위해 중국을 거점으로 삼는다"고 공식 천명한 것을 비롯해서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러시'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중국과 자본이나 기술경쟁력면에서 압도적인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이 동북아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현재로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중 고도기술이나 연구개발(R&D) 기능을 수반한 토착거점형 투자의 비율은 10% 미만이고 외환위기 이후 외자계 진출이 홍수를 이뤘을 때도 이 비율은 20%에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 분석)
"특히 한국의 부실기업을 사들인 외자계들은 수출 확대보다는 동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 내수시장 진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모 외국기업 관계자)는 얘기도 나온다.
듀폰 코리아나 후지제록스 코리아, 한국 쉘석유 등의 내수 비중은 평균 80%에 달한다.
외국계 기업들의 국내 R&D투자실적도 기대이하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98년 업종별로 한햇동안의 생산액 대비 R&D투자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의 투자비율이 1.85%로 나타났던 반면 외자계는 1.81%로 낮게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에 진출해있는 8천여개의 외국계기업중 제대로 동북아 거점을 구축한 기업은 1백여개에도 미치지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한국에 둥지를 트는 다국적기업들 =외환위기중 대규모 설비투자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다우케미컬은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우리나라 석유화학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외국계 회사다.
지금은 LG화학과 공동으로 전남 여수 석유화학단지에 세계 최대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 공장을 완공,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
한화바스프의 우레탄사업, 효성바스프의 플라스틱수지사업, 대상의 라이신사업을 차례로 사들여 설립된 한국바스프는 작년 11월 한화석유화학과 전략적 제휴까지 성사시키면서 석유화학업계의 메이저로 자리잡았다.
ABS PS EPS 등 플라스틱의 원료를 생산하는 울산 유화공장은 연간 47만t의 생산규모를 구축하면서 바스프그룹내 아시아 최대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한국바스프의 투자규모는 2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수출비중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LG산전으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을 인수한 오티스는 한국법인을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내에서 LG오티스만큼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없는데다 인건비 기술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LG오티스의 중국지역 판매법인은 무려 6개에 달할 정도다.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중장비와 지게차 사업을 각각 인수했던 볼보와 클라크도 작년 이후 수출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고용도 확대하고 있어 가장 바람직한 '그린 필드 프로젝트'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후지제록스는 한국 법인을 복사기와 디지털 복합시의 세계적인 생산거점으로 지명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지역의 영업권까지 넘겨주었다.
◆ 연구개발(R&D)에도 희망은 보인다 =클라크의 경우 작년에 본사의 R&D센터를 창원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 세미니스는 종묘부문 아시아 연구중심센터를 설립했으며 한국 바스프도 라이신 개발연구소를 갖고있다.
바스프는 특히 R&D 부문에서 '페어분트(Verbund)'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페어분트란 통합과 네트워킹을 의미하는 단어로 공장이나 조직을 매트릭스 방식으로 수직.수평 계열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산 공장이 바스프 본사의 생물공학기술 연구 네트워크에 가담하고 있다.
LG오티스는 중앙연구소 인력이 오티스 본사의 R&D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홍재영 이사는 "미국 UTC의 파밍톤 중앙연구소와 LG오티스의 중앙연구소가 공동개발한 신형 엘리베이터가 곧 선보일 것"이라며 "이 엘리베이터는 창원 공장에서 생산돼 오티스 전계열사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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