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블레어 '제3의 경제고속道' 다진다 .. 개혁 리더십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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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당 100년만에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고 정권재창출을 성사시킨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블레어는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처칠, 1980년대 영국병(노동조합의 비대한 정치권력화로 인한 경제파탄) 치유에 성공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보수당)와 더불어 영국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치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는 8일 선거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버킹엄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로 돌아와 집권 제2기를 이끌 내각의 조각을 마무리하는 작업으로 연임 총리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블레어 총리는 선거운동 내내 승리할 경우 더욱 과감하게 개혁에 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있어 개각은 그 기조에 맞춰 진행중이다.
개혁은 블레어의 "트레이드 마크"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차분한 모습인 것은 국민적인 기대에 부응한 구체적인 실적을 확실하게 내놔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표율이 80년만의 최저인 59.2%에 불과할 정도로 정치적인 무관심이 커지면서 국민 4명중 1명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재창출한 것도 총리로선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블레어 총리는 집권 1기부터 추진해온 이른바 "제3의 길"에 입각한 사회전반에 걸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 틀림없다.
블레어주의(Blairism)로도 불리는 이 길은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human potential) 개발로 모든 사람에게 최대 최적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시장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보수당의 "대처리즘"에 노동당의 전통적인 정치철학을 섞은 수정사회민주주의다.
이 강령에 따라 블레어는 집권 1기때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취업을 거부한 자에겐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식으로 노동정책을 뜯어 고치면서도 최저임금제를 강화하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교묘하게 구사해 성과를 거뒀다.
재집권에 성공한 그는 우선 정부조직 추가개편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는 압승소식을 접한 직후 "보건, 교육, 교통, 복지, 사법제도 개혁에 어려운 선택이 따를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개혁의 강도를 예고했다.
이에따라 사회보장부를 근로생활부로 개편해 노동문제를 총괄하도록 하고 농무부를 농촌부로 개편해 환경문제 일부도 관할하도록 하는 등 폭넓은 행정개혁을 단행할 계획이다.
또 각급 학교별로 필요한 서비스(용역) 계약을 민간기업들과 개별적적으로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전문학교를 확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교육법안, 실직가정 어머니들의 취업확대 등을 위한 복지개혁법안, 기업합병에 대한 정부간섭을 제거하기 위한 회사법안, 부실기업정리를 간편하게 하는 파산법안 등 각종 개혁법안을 밀어붙일 것이 확실시된다.
오는 201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의사, 교사, 경찰관 확충을 통한 공공서비스개선도 개혁차원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이슈중 하나였고 영국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유로화(유럽단일통화체제) 가입처리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블레어 총리는 총선후 2년안에 국민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이며 "가입찬성"을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국민여론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통합에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블레어 총리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선 "유럽합중국 플랜"에 동참해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반대당인 보수당의 대처리즘(정부간섭이나 보호를 배제한 시장경쟁에 입각한 경제사회정책)을 대폭 수용했지만 유럽정책에선 대처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선거당일부터 파운드화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영국의 유로화 가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런던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영국 남서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적인 고른 지지에 자신감을 얻은 블레어 총리는 세습제 상원의원을 폐지하는 등 제2차 상원개혁을 비롯한 "영국의 낡은 틀"을 개조하는 작업도 서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총선을 의식해 자제했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계획에 대한 지지의사도 전보다는 적극적으로 표명하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 문제에선 미국의 대북관계를 중시하는 기존의 정책방향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 =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