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깨고 세상으로 나온 '아줌마'..연극 '셜리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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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연기자 김혜자씨가 10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1991년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를 끝으로 연극무대를 떠났던 그가 40대 주부 '셜리 발렌타인'으로 돌아와 관객과 마주한다.
극단 로뎀(대표 하상길)이 오는 22일부터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할 '셜리 발렌타인(Shirley Valenine)'은 '리타 길들이기' 등으로도 친숙한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대표작.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소외된 중년 여성의 정체성 찾기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고전이다.
40대 중반의 셜리는 아들하나 딸하나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
자로 잰 듯 정확한 집안살림을 요구하는 남편,품을 떠난 지 오래인 아이들.
목요일엔 항상 고기요리를 먹어야 한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남편이나 엄마는 신경쓰지 말라는 게 입버릇인 아이들에게 '주부'란 냉장고,또는 세탁기처럼 집 어디에 존재하는 '것'.
셜리의 넋두리를 들어줄 말벗이라곤 오로지 부엌의 벽뿐이다.
그런 셜리에게 어느날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편지가 날아든다.
2주일간 그리스 여행을 떠나자는 친구의 제의다.
잊고 살았던 '외부세계'를 바라볼 눈을 뜨게 된 셜리는 자신을 옥죄고 있던 일상의 올가미들을 풀어헤치며 권태에,무기력에 반기를 든다.
여성의 자아찾기는 문학 연극 영화를 망라해 진부할 정도로 반복돼온 주제다.
하지만 셜리는 뒤늦게 정체성에 눈뜬 중년여성의 대표인 동시에 나아가 좌절과 소외에 시달리는 '비주류'들,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는 모든 인생을 대변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뻔하고 지루한 인생이 계속되는 한 '셜리 발렌타인'안에 담긴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또한 늘 유효할 터다.
연출을 맡은 하상길 대표는 "작품은 의미없는 삶을 사는 모든 인간들을 향한 연민이자 구원의 실마리"라며 "김혜자씨보다 어울리는 셜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적역"이라고 했다.
1시간 30분 가량 홀로 극을 이끌어갈 김씨는 현재 '전원일기'이외의 모든 TV출연을 중단한채 연극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공연도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관객이 이어지는 한 계속하겠다는 게 김씨와 극단측의 의지.
"연습을 시작한 후 24시간 셜리로 산다"는 그의 에너지가 어떻게 분출될지 기대된다.
공연은 평일·일요일 오후 3시,금·토요일 오후 7시30분.
월요일 쉼.
(02)736-7600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