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회사 내에서도 브랜드를 서로 사고 파는 제도가 일본 기업에서 곧 등장한다.

일본 굴지의 면류 메이커인 닛싱식품은 돈만 지불하면 브랜드 매니저들이 기존 제품의 다른 유명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제품에 갖다 쓸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닛싱식품이 이같은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브랜드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어 직원들간의 신제품 개발경쟁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또 성과급제로 보수를 받는 브랜드 매니저들이 자신이 키운 브랜드를 다른 제품에 내줌으로써 받게 될지도 모르는 잠재적 손해를 보상, 사내 브랜드 교환효과를 높인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닛싱은 이 제도를 ''브랜드 파이트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운용할 계획이며 매매방식과 요금체계를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닛싱의 간판상품인 ''치킨라면''의 경우 담당 브랜드 매니저가 아닌 다른 브랜드 매니저들도 이 상표를 이용해 컵라면 등 기타 신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치킨라면의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신제품은 상당한 매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치킨라면과 대체 또는 경쟁관계의 제품이라면 치킨라면의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자연 원래 브랜드 매니저는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브랜드 파이트 시스템은 이같은 단점을 보완, 브랜드 매니저들이 손해를 걱정하지 않고 다른 제품에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닛싱은 브랜드를 빌려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 히트할 경우 원래 매니저에게 해당 브랜드를 매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1990년 브랜드 매니저를 도입, 관련 제품의 매출 이익 경비 등을 근거로 보수를 산출, 지급해 왔다.

브랜드 육성에 매니저들이 발벗고 나선 장점은 있었지만 불필요한 경쟁과 견제현상이 사내에서 벌어지고 일부 인기제품은 매니저들이 브랜드를 독점하려는 폐단이 나타났다.

닛싱식품의 안도 히로모토 사장은 "신제도 도입소식이 브랜드 매니저들을 벌써부터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브랜드를 다른 매니저가 이용해 더 크게 히트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내심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동일 회사 내에서도 강력한 브랜드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일본 인스턴트 면류시장의 42%를 차지하는 톱 메이커이지만 신제도를 앞세워 200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일본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닛싱식품이 2001년 3월결산에서 3천억엔의 매출로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신제도 도입을 확대,공격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보고 있다.

<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