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전무 시절인 지난 97년 8마르크(약 4천5백원) 때문에 독일 본사 감사팀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당시 김 사장은 독일 출장을 위해 국제 운전면허를 냈다.

공무와 관련된 출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가 대신 비용을 지급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8마르크의 인지대를 청구했다.

하지만 본사 감사팀은 운전면허증은 공용이 아니라 개인 용도라며 비용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8마르크 사건은 미해결 상태로 계속 그의 인사기록을 따라다녔다.

결국 김 사장은 올해 8마르크를 회사에 납부하고 꼬리표를 떼어냈다.

선진 외국기업들이 공사(公私)를 얼마나 철저히 구분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 기업들은 회사일에 관한 한 돈을 아끼지 않는다.

다우케미컬 같은 회사는 업무상 장애에 대해 2년간 1백% 유급휴가를 제공할 정도다.

급여 수준도 국내 기업에 비해 대체로 높다.

하지만 사적인 일로 회삿돈을 쓰는 것은 철저히 차단한다.

단돈 1원도 새나가지 않도록 막는다.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출장에서 생긴 항공 마일리지도 개인이 사용치 못하게 한다.

출장 항공권을 회삿돈으로 구입한 만큼 마일리지는 회사에 귀속시키는게 마땅하다는 논리다.

실례로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드는 SGI는 직원들의 해외출장 등에서 발생한 마일리지를 회사에 적립, 연말 우수사원 표창 때 선물(무료 항공권)로 사용한다.

해외출장비도 실비 정산이 원칙이다.

회사 부담은 원칙적으로 교통비 호텔비 식비 등으로 제한한다.

그나마도 영수증을 떼어와야 돈을 지급한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로열더치셸 그룹의 한국 합작법인인 한국쉘석유(주).

이 회사 임직원들은 거래처에서 선물을 받아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선물을 받은 경위와 이유를 서면으로 보고한 뒤 회사에 입고시켜야 한다.

개인 자격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회사 명함'' 덕분에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장병석 소니코리아 사장이 임직원들과 회식할 때 법인카드를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가 아닌 일에는 회삿돈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돈이 모자라면 스톡옵션으로 받은 일본 소니 본사 주식을 팔아 충당하지 직원 회식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지는 않겠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세계적 호텔 리츠칼튼의 골프클럽인 리츠칼튼 컨트리클럽은 개인적인 부킹 청탁을 엄금하기 위해 부킹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비회원이 사적인 통로로 부킹할 수 없다.

일반적인 국내 골프장들이 개인적 통로로 부탁해 오는 부킹 청탁을 처리하느라 바쁜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츠칼튼CC는 직원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에 대비해 일반 회원과 똑같은 회원권 다섯 장을 구입해 놓았다.

공과사의 엄격한 구분과 철저한 비용 누수 차단, 그리고 원칙 준수가 이들 외국 기업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또다른 원천이다.

김용준.정지영 기자 jun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