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역대기(상) 4장 10절에 야베스란 인물에 대한 아주 짧은 얘기가 나온다.

야베스는 "저에게 복을 주시고 영토를 늘려달라"고 기도했고 신은 이를 들어주었다는 내용이다.

야베스의 이 기도문이 요즘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 기도문구를 겉에 새긴 머그잔이나 북마크 액자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사업가들은 이 문구를 외면서 더 많은 이익을 내달라고 기원하고 처녀 총각들은 애인을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성직자들도 신도수를 늘리기 위해 이 기도를 암송하곤 한다.

종교전문가들도 잘 모르던 이 기도문이 급격히 확산되는 것은 지난해 출간된 ''야베스의 기도(The prayer of Jabez)''란 문고판 책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출판사측이 3만부를 겨냥하고 펴낸 이 책은 1년도 안돼 벌써 4백만부가 넘게 팔렸다.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등 각 신문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 집계에선 ''누가 치즈를 훔쳤는가''를 제치고 논픽션부문 1위로 올라섰다.

이 책의 성공에 대해 출판계에선 "종교계에서 언급을 꺼려왔던 물질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저자인 애틀랜타주의 기독교 전도사 브루스 윌킨슨은 "야베스가 신에게 더 많은 재물을 달라고 기도했듯이 신에게 물질적인 부를 포함한 개인적인 성공을 요청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올바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30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야베스의 기도를 암송했다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확신을 통해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다"며 "타고난 운명이라는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무엇이 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을때 그것을 믿고 추구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신학계 일부에선 그러나 이런 현상을 "자기중심적인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종교생활도 지나치게 개인주의화 돼 자신의 욕구충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우려한다.

자본주의의 발달이 종교개념도 바꿔놓는 것 같다는 걱정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