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도, 볼넷도 끊이지 않았지만 집중력이 떨어졌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 방안이 월요일 저녁 매듭지어졌고 앞서 GM의 대우차 인수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시장은 투자심리 호전을 안전망 삼아 분주히 상승 모멘텀을 탐색하고 있다. 마침 뉴욕증시가 한달 강세를 이어가는 등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다.

지수 600 벽을 앞둔 기회를 놓칠세라 가느다란 틈새에도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대우증권과 현대투신에 대한 오래된 루머가 증권주를 급등으로 이끌기도 했다. 시장이 그만큼 재료에 목말라 있다는 얘기다.

8일 증시는 하이닉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이닉스는 상한가로 답했다. 얽혀 있던 실타래 하나는 풀렸다. GM의 대우차 인수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차판매도 이틀째 가격제한폭을 채웠다.

아울러 신세계, 삼성물산 등 가치우량주, 하이트맥주, 롯데칠성, 빙그레 등 계절주로 매수세가 빠르게 순환하고 있다.

외국인은 제일기획, 기아차, 신세계 등 실적수반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통상 장이 빠질 때 삼성전자 홀로 외국인 순매수를 받던 양상과는 다르다고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평가했다.

그러나 증권주가 급등 하루 뒤 하락반전하는 등 순환 매수세가 오히려 시장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수 600 고개를 넘으려면 응집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 조정국면 들어섰나 = 시장에서는 8일 조정이 닷새 내리 상승한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며 단기조정을 거쳐 600선에 안착하고 더 나아가 전고점인 627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증시의 바로미터인 뉴욕증시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거래량과 고객예탁금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매물 소화 과정이 전개되고 있어 주변 여건이 한결 나아졌다고 지적한다.

월요일 뉴욕증시는 기업실적 악화와 감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에 그치며 하방경직성을 확인했다. 거래량은 개인 관심이 코스닥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개별종목이 활발히 거래되며 나흘째 증가했고, 고객예탁금 역시 나흘 연속 늘어 9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하이닉스에 대한 자금 지원이 외국인 매수세를 부른 큰 요인 중 하나"라며 "현지수대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GM의 대우차 인수, AIG의 현대투신 외자유치 등 산적한 문제가 실마리를 찾을 경우 한단계 레벨 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뚜렷한 모멘텀이 제시되지 않는 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펀더멘탈에 기초한 상승이 아닌 만큼 주도주와 매수주체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번 추진력을 잃으면 상당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단기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하이닉스와 상장 폐지를 앞둔 대우, 대우중공업 거래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고 실질 고객예탁금은 증가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거래량과 고객예탁금의 설명력은 왜곡돼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또다시 경기 문제에 봉착할 것이고 보면 뉴욕증시의 하방경직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뉴욕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600선 안착을 위해서는 주도주와 매수주체가 부각되고 새로운 모멘텀이 제시되야 할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거래량, 고객예탁금의 증가와 함께 GM의 대우차 인수,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등 추가 모멘텀이 제공될 경우 620선까지 추가 상승은 무난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닷새 내리 상승한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긴 하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선 에너지 보강이 필요함을 보여준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 금리인하를 앞둔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만큼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건 실적이나 가치를 갖춘 종목에 반응하는 것은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반면 매수세가 한바퀴 돈 만큼 정체국면을 맞을 거란 견해도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경험상 증권주가 시세를 낸 뒤 조정국면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번주 600선 돌파에 실패하면 ''약세장 랠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차익실현, 기대매수와 맞서며 = 8일 종합주가지수는 5일 이동평균선에 걸치며 전날보다 5.59포인트, 0.96% 낮은 590.91로 마감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닷새 연속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과 600선에 대한 경계매물이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유입된 저가매수와 맞서며 장중 내내 얕은 등락을 거듭했다.

일중고가와 저가가 7포인트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팽팽한 매매공방을 벌이며 수차례 등락을 거듭했으나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도가 출회되면서 600선 등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전반적인 조정장세 속에서도 개별종목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히 이뤄져 4억7,602만주, 2억987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오는 15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을 앞두고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저가 매수세는 더 적극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외국인은 사흘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서 926억원을 순매수했다. 강도는 크지 않았지만 지난 이틀간 순매도한 73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뉴욕증시의 전반적인 약세와 반도체 가격 하락 지속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를 각각 194억원과 148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아흐레째 매도우위에 나서며 코스닥으로의 이동추세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개인은 거래소에서 2,670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는 1,050억원을 순매수했다.

◆ 뉴욕증시와 옵션만기 = 월요일 뉴욕증시가 실적악화와 감원 소식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채 소폭 하락 마감했다.

네트워크 업체 3콤은 기존 1,200명 감원 외에 추가로 약 3,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택배업체 페덱스는 다음 분기 주당 순이익이 50∼60센트로 전망치 69센트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델 컴퓨터는 장 마감 뒤 지난 4일 마감한 회계년도 1/4분기 실적은 기대에 부합하겠지만 다음 2분기 동안 3,000∼4,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증시는 최근 금리인하 및 경기호전 기대를 지렛대로 어지간한 악재는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다.

화요일엔 1/4분기 생산성과 3월중 도매재고 동향이 발표된다. 장 마감 후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3/4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대신의 나민호 팀장은 "전격적인 금리인하와 예상치를 상회하는 1/4분기 GDP성장률 발표로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정답이 아닌데다 실업악화 등 여전히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 뉴욕증시 변동폭도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증시는 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한층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세번의 옵션만기일과 한번의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거치면서 매물 부담은 당일과 그 전날로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는 전날 1,6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가 나온데 비해 당일에는 700억원에 못미치는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체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3,600억원을 상회하고 옵션과 연계된 매물이 300억원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활발한 거래를 감안할 때 규모가 크지 않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틀간 엎치락뒤치락하던 시장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 선물 연계 물량과 합쳐질 경우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증권 심상범 선임연구원은 "최근 상대적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비차익거래량을 감안할 때 미신고분을 합치면 상당한 물량이 될 것"이라며 "뉴욕증시에서 악재가 날아올 경우 받아낼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